도민(島民)과 제주대, 그리고 총장 선거
도민(島民)과 제주대, 그리고 총장 선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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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완.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지난 7일 오후 6시가 넘자 도내 주요 언론사의 사이트에 기사 하나가 동시에 게시되었다. 제10대 제주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거에 4명의 후보가 등록했다는 기사였다. 일찌감치 출마설이 나돌았던 분들이었다. 다음 날인 8일 이른 아침부터 출마의 변을 담은 이메일이 학내구성원들에게 발송되면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업무시간이 시작되면서 선거운동 정보를 담은 후보자의 문자가 수신되었다. 11시를 전후해서 모든 후보자의 문자가 수신되었다. 퇴근길에도 후보들의 비전과 공약을 소개하는 문자가 이어졌다. 다음 날 인문대학 2호관 세미나실에서는 이번 선거의 첫 토론회가 열렸다. 제주지역 거점국립대학인 제주대학의 총장 선거는 이렇게 차분하면서도 치열하게 치러지고 있다.

제주대학교의 총장 선거가 이렇게 직선제로 치러질 수 있는 것은 지난 6월 13일에 치러진 투표 덕분이다. 이날 제주대학은 제10대 총장임용후보자 선출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구성원 투표를 치렀다. 사전 투표는 14일과 15일, 본 투표는 19일과 20일에 실시되었다. 결과가 공표된 것은 21일 오전 10시였다. 교수와 직원, 학생을 포함한 선거인수 920명 가운데 816명이 투표(88.7%)하고, 747표가 직접 선거를 선택한 결과(92.0%)였다. 학내 게시판보다 한 시간 가량 빨리 도내·외 언론사에서 발표되었다. 5년 전인 2012년 3월 21일에 치러진 총장직선제 폐지의 투표 결과와 비교되는 결과였다.

2012년 당시 제주대는 선진화를 내세운 대학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학평가는 물론,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서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가 주요 항목이었다. 교수회는 ‘교과부 협박에 굴복하는 찬반투표’의 연기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23년간 유지해왔던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선거가 치러졌다. 교수 427명, 직원 276명이 참여한 투표 결과는 투표율 78.45%, 찬성 68.74%(332표)이었다. 대학 내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는 씁쓸한 자기위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높은 수치’라는 자기반성이 엇갈렸다. 지난 7일 도내 주요 언론사 기사 제목이 ‘직선제 부활’을 머리글로 했던 것을 보면 어쩔 수 없었지만 너무 높았던 찬성률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제주대 총장 선거에 도민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제주대가 지역거점국립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제주대는 행정구역상 제주도의 지역 거점국립대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쟁 피난민이 남쪽으로 밀려들던 1951년 2월 문교부가 부산과 제주도에 대학을 임시 운영하기로 한 이후로, 제주대는 도민의 관심 그 자체였다.

도립 제주초급대학이 출범(1952)하기 이전의 제주대학원(齊州大學園)부터, 4년제 대학 승격(1955), 국립대학 이관(1962), 종합대학 승격(1982)에 이르기까지 도민은 기부금과 그보다 더한 관심과 성원으로 제주대를 품어왔다. 특히 1968년 10월에 분리 개교했던 제주교육대학교와의 통합(2008)은 도민의 이해와 성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논어 양화 편에는 지식인들의 행태를 꾸짖는 따끔한 질책이 실려 있다.

“됨됨이가 부족한 이들과 임금을 섬길 수 있겠는가? 얻지 못하였을 때는 얻을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얻은 후에는 잃을까 걱정한다. 정말 잃을 것을 걱정하면 못하는 짓이 없을 정도다.”

여기서 말하는 비부(鄙夫)란 권력에 집착하여 못할 짓이 없는 인물이다. 도민의 성원으로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제주대를 개인 소유로 착각해서 제주대 안팎에서 선거 분위기를 흐리는 됨됨이 부족한 인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내홍(內訌)’이라는 말도 이번에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학식과 인품이 훌륭하신 이번 총장 선거 후보자들께 바란다. 도민이 제주대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앞으로의 청사진을 명확히 제시하고, 공정하게 경쟁해주시기를 바란다. 아울러 총장이 되는 것보다는 총장으로서 할 일에 집중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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