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간판 넘어 세계 정상 향해 ‘스매싱’
한국 배드민턴 간판 넘어 세계 정상 향해 ‘스매싱’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7.11.12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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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람·제주여성답게 요망지게 경기, 고향의 도민들 응원 큰 힘…항상 감사”
한국 배드민턴 간판 선수인 제주 출신 김하나가 지난 5일 2017 마카오 오픈 배드민턴 그랑프리대회 출전을 앞두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동호회 활동하던 아버지 따라 ‘입문’
은사 김보규 선생 지도로 유망주 성장
소속팀 주장으로 선·후배들 이끌어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한국배드민턴 간판인 제주출신 김하나 선수(28·삼성전기)를 지난 5일 2017 마카오 오픈 배드민턴 그랑프리대회 출전을 앞둬 출국 하루 전 만났다. 내년 1월 평창동계올림픽 성화가 도착하는 인천에서 릴레이봉송에도 참여하는 그녀의 일상은 대회출전으로 늘 분주하다. 모든 경기는 늘 긴장감과 변수의 연속, 땀과 노력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김하나는 잘 알고 있기에 “늘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을 아낀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사족을 하나 달았다. “제주사람, 제주여성답게 ‘요망지게’ 경기하고 싶다”고. 동광초와 제주여중, 제주중앙여고, 한국체대를 졸업한 그녀는 현재 소속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지금은 열심히 포인트를 쌓고 랭킹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대회규모를 따지지 않고 되도록 많은 경기에 참여해야 되는 상황이에요”

김하나 선수의 대회출전 스케줄은 빡빡했다. 국내에서 열린 2017 코리안리그 3차대회를 마친 다음날 오전 출국, 마카오오픈 그랑프리골드, 중국 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홍콩오픈 슈퍼시리즈 등 해외출전까지 이달에만 4개 대회가 이어진다. 얼마전까지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함께 땄던 혼합복식 파트너 고성현의 은퇴로 8살 아래 서승재와 새롭게 팀을 이루면서 갈 길이 바쁘다. 다행히 지난 7월 대만오픈 그랑프리 골드와 미국오픈 그랑프리골드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따면서 세계정상을 향한 도전도 출발이 좋은 편이다.

“아직도 경기운영 면에서는 제가 많이 부족해요. 더구나 저보다 경험이 없는 후배와 짝을 이뤄서 책임감이 더 크죠”

그러면서 김하나는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효정 선수 이야기를 꺼냈다. 이효정은 이용대·신백철과 금메달을 따내 ‘군 면제 브로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김하나 역시 책임감이 무겁다며 웃는다.

태극마크를 단 김하나가 처음부터 배드민턴만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운동을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 축구도 좋아했는데, 왠지 많이 다칠 것 같았고. 배구도 좋아했는데 키가 작아서 더 못했죠. 배드민턴 동호회활동을 하는 아버지 따라 다니다가 거기서 제 초·중·고교 배드민턴 은사님인 김보규 선생님을 만나게 된 거죠. 물론 훈련이 힘들었지만, 배드민턴을 정말 재밌게 잘 가르쳐 주셨고 덕분에 계속 배드민턴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배드민턴 코치로 30년 가까이 활약해온 김보규 제주특별자치도 배드민턴협회 부회장은 김하나가 몸은 왜소하지만 손목이 좋고 상대선수의 플레이를 분석해 두뇌플레이에 능한 강점을 잘 성장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녀가 국가대표에 발탁된 건 대학 2학년인 2009년 연말 즈음. 보통 다른 국가대표선수들이 중·고교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것과 달리 학창시절 대부분 중위권에 머물러 있었던 그녀에겐 국가대표 출발인 좀 늦은 편이다.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사실 실감이 안났어요. 축하인사를 받고나서야 ‘아, 내가 뭔가 해냈구나’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어요. 지금은 제 또래 선수들이 그만둔 경우도 많고. 늦게 시작한 만큼 오래 남게 된 셈이죠”

고참선수, 팀의 주장으로서 소감을 묻자 김하나는 “경기라는 게 그날그날 변수의 연속이잖아요. 경기가 주는 팽팽한 긴장감도 있고. 제 컨디션이 안좋으면 상대선수가 더 유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그 반대일수도 있고. 땀과 노력이 늘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늘 열심히 해야죠. 아직도 간혹 몸이 잘 안풀려서 제 생각대로 경기운영이 안돼서 속상할 때도 많아요. 거기다 팀의 주장이기도 하고 대표팀에선 후배들 챙겨야하는 연배이고. 어깨가 무거워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난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준결승 실패의 아쉬움도 전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던 그녀였다. 흘린 땀이 많았기에 탈락의 고배는 더 독했다.

그녀의 더 아픈 기억은 2012년 런던올림픽이었다. 정경은과 함께 여성복식에서 메달이 유력했지만 중국선수들의 꼼수에 말려들어 져주기 파문으로 실격을 당하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국가대표 자격박탈과 2년간 대회출장정지라는 중징계까지 받았다. 다행히 재심청구 등 우여곡절 끝에 국가대표로 복귀했지만 그사이 1년간 겪었던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욱이 올림픽 다음해 1월 코리아오픈대회에 김하나는 자격정지 징계 때문에 개인자격으로 출전했지만 꼼수경기의 중국선수 당사자들은 중국국가대표팀으로 출전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런 ‘김하나-정경은’이 오뚝이처럼 일어선 건 2013독일오픈이었다. 여자복식 결승에서 중국팀에 역전승을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해 김하나는 스위스오픈 그랑프리골드 여자복식 우승, 아시아선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우승, 대만오픈 그랑프리골드 여자복식 우승 등 국제대회에서 무려 4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그간의 아픔을 설욕했다.

김하나는 “모든 경기가 선수들에겐 배움의 기회일 수밖에 없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2011년 코리아오픈이었는데, 금메달리스트를 1세트에 이겨서 정말 경기장이 난리났어요. 관중석과 경기장이 바로 붙어있어서 엄청난 응원과 환호, 압박감들로 심장이 터져버리는 줄 알았어요. 그때 알았지요. ‘큰 대회를 치러봐야 성장하는구나’. 성적보다 경기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느냐를 배웠던 대회였어요”라고 속내를 꺼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우선 내년 아시안게임 출전에 도전하는 것과 출전하게 되면 메달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제주사람, 제주여성답게 ‘요망지게’ 경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후련하거든요”라고 말한다.

팬과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녀는 “가끔 아버지께서 신문기사를 스크랩해서 보여주시는데,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하지요. 저를 기억해주시는 것도 기쁘고요. 선수들에겐 작은 응원도 큰 힘이 된다는 걸 많이 느껴요. 올림픽 출전할 때마다 고향에서 응원해주시는 걸 보고 정말 힘이 더 나고, ‘더 잘해야지’하는 욕심도 생깁니다. 제주에서 열리는 배드민턴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도 많이 응원해주시면 더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응원만큼 큰 힘은 없거든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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