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웨딩촬영
불안한 웨딩촬영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7.11.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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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용기 기자] 웨딩업계는 보통 화요일에 쉰다. 대부분 주말에 결혼식이 있고 월요일까지 업무를 정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화요일이 휴무일이 됐다.

하지만 요즘 웨딩촬영 쪽 상황은 다르다. 휴일 없이 대목에 바짝 일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들이 늘면서 도내 웨딩촬영 사진작가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웨딩촬영 대목은 봄, 가을이다. 도내 웨딩촬영 사진작가들은 이맘때면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프리랜서들이 제주로 몰려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취재 중 만난 한 사진작가 A씨는 “웨딩촬영지로 유명한 카페가 있는데, 3~4명 단위로 계속 촬영하러 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눈길을 끄는 웨딩사진을 내걸고 자신의 연락처와 카톡 아이디 등을 기재한 ‘홍보계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업자등록 증명 없이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채 영업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와의 촬영은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사기가 발생해도 피해는 예비부부들이 감당해야 한다.

계약도 불완전한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카톡 상담을 통해 일정을 잡고 계약금을 입금하는 것으로 계약을 갈음한다. 입금 후 잠적 등 사기로 이어질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이다.

A씨는 예비부부 등 소비자들의 안전 계약과 무등록 사업자 실태 파악을 위해 제주도청을 방문했으나 인력구조상 일일이 무등록 사업자들을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은 싼 가격 때문이다. 스튜디오를 가진 전문 업체보다 몇 십 만원 저렴한데 결과물은 우수해서 소비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프리랜서와 촬영에 나선다.

지난 11일 제주시 구좌읍 아부오름에서 둘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는 예비부부를 만났다. 이들의 행복한 모습은 불안한 웨딩촬영 문화와 묘하게 오버랩됐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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