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떡’보다 ‘현금’…응원전도 ‘조용 모드로’
‘찹쌀떡’보다 ‘현금’…응원전도 ‘조용 모드로’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7.11.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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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맞은 수능, 세월 따라 수험생 격려 방법도 가지각색
그래픽 이현충기자

[제주일보=고선호 기자] 달라진 수능 풍속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헙(수능)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6일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마련된 14개 시험장에서 도내 수험생 7100명이 시험을 치른다.
수능을 통해 자신의 미래 진로를 가늠해야 하는 수험생들은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맘때 수험생 자녀를 둔 가정과 이웃들은 수험생들이 부담을 덜고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격려한다. 
1994년부터 시작된 수능이 많은 변화를 거듭한 것처럼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풍속도도 적지 않은 변신을 거듭하면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수능이 도입되기 전 치러졌던 학력고사 세대들이 시험을 앞두고 가장 많이 받은 격려품은 단연 ‘찹쌀떡’이었다.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게 해 준다는 의미를 담아서 건넸다. 
가족은 물론이고 주위 선․후배들까지 하나같이 시험을 잘 보라며 건넨 것이 찹쌀떡이다. 그 후로도 한 동안 찹쌀떡은 엿과 함께 수험생들이 받은 단골 격려품이었다.
1987년 학력고사를 치러 대학에 진학한 직장인 정모씨(50․제주시 이도2동)는 “시험 이틀 전 쯤 받은 찹쌀떡이 조금 과장하면 떡가게를 차릴 정도를 많았다”며 “당시에는 일부 엿을 선물하는 지인들 외에는 모두 찹쌀떡을 선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고 기억을 회상했다.
그러던 찹쌀떡이 자리를 비켜주면서 초콜릿과 수능환(丸)이 등장했다. 단것을 먹으면 두뇌회전이 빨라지고 공부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속설의 영향이다. 
아로마향초나 추위를 녹여주는 방석과 무릎담요도 비교적 실용적이어서 선물로 수요가 많았다. 
합격사과와 두루마리 화장지, 종이비행기도 한 때 인기를 모았다. 문제를 술술 풀어 고득점을 올리라는 기원을 담았다.
요즘엔 ‘현금’이 대세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세대들에게 이런 저런 격려품은 별 관심을 끌지 못해서다. 대신 수험생이 맘대로 쓸 수 있는 현금이 가장 인기가 높다.

# 교문 후배들 응원전도 추억 속으로
수능 응원 풍경도 세월만큼이나 변하고 있다. 시험장 교문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고교 후배들의 풍경은 해가 거듭되면서 줄어들고 있다.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하는 선배들은 이런 분위기가 뿌듯할 수도 있지만, 심적 부담을 받는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수험생 자녀가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험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두 손을 모으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모습도 보기 힘들다.
갈수록 대학문이 넓어지고 수시모집을 통해 선발하는 인원이 한 해 모집정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것도 세태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 뜸해진 ‘수능 대목’
수능 종료에 맞춰 어김없이 가게 유리에 걸리던 ‘수험표 제시 할인혜택’ 홍보물도 이전만큼 찾기 힘들어졌다. 오래된 가계경기 침체로 서민 가정의 지갑 열기가 힘들어졌으며, 수시 입학 전형의 확대로 수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제주시청 학사로와 칠성로상점가 등 주요 상점가 일대는 수능철만 되면 저마다 ‘수험생 할인’ 대자보를 붙여놓고는 수능 한정 특가 세일을 벌이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수능 날 특별한 의미를 두고 휴대전화를 바꾼다던지 시험을 마친 자녀를 데리고 쇼핑에 나서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제주시청 학사로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문모씨(28)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능일만 되면 휴대전화 판매량이 갑절이상은 됐었는데 요즘은 평상시와 별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 프랜차이즈 음식점, 노래방, PC방, 미용실 등 수험생들이 손쉽게 찾을 만한 업종에서도 수험표 할인혜택이 현저하게 줄었으며 수험생들의 소비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그나마 수험생들로 붐비는 곳은 영화관을 꼽을 수 있다.

#심리적 안정감으로 컨디션 업
수능은 초‧중‧고 12년 동안 받은 정규교육을 평가하는 시험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수험생들이 극도의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수능일이 다가오면 불안감과 스트레스 등이 최고조에 달한다. 이런 상태가 시험일까지 이어지면 평소의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자칫 시험을 망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수험생들의 막바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우선이다.
수험생 가운데는 부족한 공부량을 보충하기 위해 커피와 각성제, 에너지음료 등을 평소보다 더 많이 찾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오히려 집중력을 더 떨어뜨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무엇보다 생활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충분한 수면과 정상적인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들도 수험생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요구사항이나 잔소리 등은 가급적 하지 말고 격려와 칭찬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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