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이들을 다시 보는 눈
'유커', 이들을 다시 보는 눈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11.09 17: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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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기자] ‘과유불급.’ ‘지나침(過)은 미치지 못함(不及)과 같다(猶)’는 뜻이다. 넘치는 행동을 할 때 이 말이 줄곧 나온다. 이는 ‘중용(中庸)의 도(道)’를 따르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중용의 도’를 간명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대략 만용과 비겁 사이의 용기, 사치와 인색 사이의 후덕함, 촌스러움과 번지르르함 사이의 조화와 같은 무엇을 의미한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제주엔 중국인 관광객들이 차고 넘쳤다. 이른바 ‘유커’들로 지칭되는 이들은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이 한꺼번에 제주를 누볐다. 관련업계는 호시절을 맞았다.

그런데 이 또한 잠시. 사드가 국내에 배치되면서 중국은 자국 국민들의 대한민국 단체 관광을 통제했다. 제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들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5만57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3만5437명보다 73.1%(177만9676명)가 줄었다. 이 결과 유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도내 외국인 면세점 매출이 반토막 났다. 중국 자본에 의존한 제주 관광개발사업도 유탄을 맞았다.

그런데 반전은 오래지 않아 찾아왔다. 한·중은 최근 사드배치로 악화됐던 양국 간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는 발길을 끊었던 유커들이 제주로 밀어닥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의롭지 못한’ 수입의 배분

“이탈리아·스페인 등 남유럽과 지중해 연안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이상 고온과 반(反)관광객 정서, 공항 혼잡 등 삼중고로 지옥(hell) 같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지난 8월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의 일부다. 세계가 인정하는 최정상급 관광지를 꼽으라면 단연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등장한다. 160만명이 살고 있는 바르셀로나에는 매년 이보다 20배 많은 32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관광객들이 밀물처럼 몰려들면서 이곳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분개한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여행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여행객들은 테러리스트’라는 거센 문구로 시위를 벌였다. 바르셀로나 시당국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도심 지역에 호텔 신축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만들었다. 제주 또한 바르셀로나와 다를 게 없다. 60만명 거주하는 작은 섬에 관광객은 이보다 20배 이상 많은 연간 1500만명이 몰려든다. 그 결과 제주의 곳곳에 생채기가 생긴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제주 사회 구성원들의 삶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에서 밀려드는 이방인들에 맞춤형으로 바뀌었다. 넘치는 쓰레기와 교통체증은 일상이 됐다. 나아가 대형 외국인 면세점 등 소수의 대자본 기업 중심으로 쏠리는 관광수입의 ‘정의롭지 못한 배분’은 도민들의 기분을 더욱 상하게 만들고 남았다.

#넘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이 끊긴 지난 몇 개월. 제주가 모처럼 조용하고 평안해졌다는 말이 입에서 입을 통해 제주전역을 휘감았다. 그동안 앞만 보고 너무 조급하게 달려온 것 아니냐 하는 자성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수없이 밀려드는 유커들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부터 유럽의 일부 도시는 관광객에 대한 반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오버 투어리즘’으로 표현되는 이 단어의 의미는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지방정부인 제주도는 기회 있을 때마다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된 지 오래다.

다시 유커들이 단체로 제주로 밀려들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제주는 무방비다. 그럴싸한 정책들은 무지개처럼 화려하게 나부끼지만 정작 제주가 어디로 가야하는 것인지 길이 안 보인다. 서로의 눈치만 살피면서 될 대로 되라는 모양새다. 공자는 2000년 전에 깨우쳐 후세에 남겼는데…. 제주는 지금 이를 모른 체하며 먼 산만 본다. 넘치는 게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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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니얼 2017-11-10 08:31:19
정치, 경제현상은 상호 영향을 주고 받아서 그 해결이 쉽지만은 않지만
정부든 자치단체든 적정 수준에서 자존감을 유지하며 경제 수익도 배려할 수 있는
합리적 접근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