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후반 제주 강수량 25~35% ‘껑충’
21세기 후반 제주 강수량 25~35% ‘껑충’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7.11.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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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2894㎜·서귀포시 3362㎜…홍수·태풍·폭설 따른 피해 증가 우려

[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올해 제주도의 장마는 6월 24일에 시작돼 7월 26일에 종료됐다. 평년보다 늦게 시작돼 늦게 끝난 셈이다. 장마기간은 33일로 평년(32일)보다 길었지만 강수일수는 8일(평년 18.3일), 강수량은 90.2㎜로 평년(398.6㎜)의 23% 수준에 그쳤다.

전국적으로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장마전선이 활성화돼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았으나 제주도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강수량이 적었다는 것이 제주지방기상청의 설명이다.

올해 제주지역 장마의 특징 중 하나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했다는 것이다.

제주 북부와 서부는 마른장마가 이어진 반면 남부와 동부는 ‘물폭탄’ 수준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실제 지난 7월 5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에 2~3시간 동안 물 폭탄 수준인 244.0㎜의 비가 내렸고, 지난 18일에는 남원읍 일대에 164.5㎜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침수 피해가 잇따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주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면서 ‘한국형 스콜’이 등장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비를 만들어 뿌리는 스콜과 달리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기의 영향으로 제주의 국지성 호우는 외부에서 유입된 수증기에 따라 강한 비가 내렸다는 점에서 아열대화와 연관짓는 것은 기상학적으로는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스콜은 아열대 지역에서 낮 동안 달궈진 하층의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상층 공기와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대류현상을 일으켜 갑자기 수십분 동안 쏟아지는 소나기를 뜻한다.

올해 장마기간 동안 제주지역의 강수량이 적었지만 평년 제주도의 연강수량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편이다.

기상청이 발간한 제주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01~2010년 제주도의 연강수량은 2168.1㎜로 광역시·도 중 비가 가장 많이 내렸다.

연강수량 최대지역은 산간북부(3367.4㎜), 산간남부(3320.9㎜), 중산간북부(2357.4㎜), 중산간남부(2437.5㎜)로 대부분 산간지역이다. 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서귀포시 남원읍이 2121.1㎜로 가장 많았고, 제주시 한경면은 1303.2㎜로 가장 적었다.

제주도의 호우일수는 4.7일이며, 산간남부가 9.7일로 호우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다. 산간을 제외하면 서귀포시 남원읍과 표선면이 4.4일로 많았고, 제주시 한경면은 1.4일로 가장 적었다.

호우일수는 하루 강수량이 80㎜ 이상인 날의 연중일수다.

기상청이 만든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8.5)를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1981~2010년 1307.7㎜에서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에 1549㎜로 18.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주시의 강수량은 2001~2010년 2153.3㎜에서 2091~2100년 2894.3㎜로 34.4% 증가하고, 서귀포시는 2185.2㎜에서 3362.6㎜로 53.9%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전국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 시나리오는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내놓은 국제표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RCP) 가운데 탄소저감 노력 없이 현재의 배출 추세를 유지했을 경우(RCP 8.5)를 적용해 만들어졌다.

제주시에서는 아라동이 3734㎜, 서귀포시에서는 서홍동이 4074.4㎜로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주시의 호우일수는 4.5일에서 13.5일로 3배 증가하고, 서귀포시의 호우일수는 4.8일에서 15.1일로 3.1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렇듯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도의 강수량 증가는 21세기 후반기에 현재보다 25~35% 정도 증가하며, 이로 인한 홍수 및 태풍, 폭설로 인한 피해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시나리오의 최종 결론이다.

홍수는 과도한 강우로 인한 지표 유출 증가나 폭풍 해일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최신 기후변화 모델들의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이 과거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더 잦은 홍수를 유발할 수 있는 제트기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다.

극한 강우 사건이 더 극심해질 것으로 일관되게 예측됨에 따라 돌발 홍수 또한 더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제주도는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은 길어지고 겨울철은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RCP 8.5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중반기부터 겨울이 없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제주도의 현재 여름철은 6월 9일부터 9월 24일까지 108일이지만 2071~2100년에는 5월 12일부터 10월 22일까지 164일, 약 5개월 이상 여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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