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화자칭
어리석은 자화자칭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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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제주동서문학회장

[제주일보] 사람들은 대부분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하고 자기의 행복만을 추구하면서 살아가지 싶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행복이란 다른 여러 존재들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도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기심을 깨고 아상을 깨고 몸과 마음을 닦아야 건강해진다고 보면 이기심을 녹여내고 번뇌와 집착을 녹여낼 때 곧 질병은 스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게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나 보다.

소싯적 친하게 지내다가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 친구가 있다. 자기가 본업으로 하던 일을 모두 뒤로 하고, 육지로 나가 어떤 스승을 만나 10여 년을 넘게 그림공부를 하다 돌아와서 조그마한 점포를 임대해 화실을 운영하고 있단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산전수전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다 털어 놓는다. 현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쓰럽다는 마음이 들 정도다. 그림이라도 잘 팔려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의식주를 해결 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기왕 그림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같은 곳에 작업실을 두고 그림 장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표선면에 자리하고 있는 모 관광지에 소개를 해준 적이 있다. 무상으로 내준 20여 평 되는 초가(草家)에서 전시실 겸 작업실로 7년을 넘게 버티고 있으니 그런대로 견딜 만한 모양이다.

그곳은 제주의 전통모습을 재현한 곳으로 국내인들은 물론 전세계인들이 찾는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가끔씩 외국 사람들이 한 점씩이라도 구매를 해준다면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편해졌는지(?) 자기 작품 외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인정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이기주의적인 행동은 물론 자화자칭하는 모습은 주위를 짜증스럽게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자성(自省)’이란 단어가 있다. 말 그대로 자기의 태도나 행동을 제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기를 낮추는 자세, 인생관(人生觀)을 어떻게 가지느냐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나라는 것과 내 것 뿐이라는 것을 표시해 두게 되면 괴로움이 생기게 된다. 남의 것을 부정적으로 본다거나 부정적으로 설명을 한다면 자신도 괴롭고 듣는 사람도 따라 힘들게 된다.

특히 말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고 했다. 그래서 말은 칼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남의 작품을 비판했을 때 당사자가 알게 된다면 화를 자초하게 된다. 자기 말이 틀린 것을 확인하고도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은 고사하고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는 모습을 보는 사람은 얼마나 괴로울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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