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제주의 11월은 바람과 시간의 무늬 속에서 한라산의 오색찬란함과 단풍, 돌담과 어우러진 감귤밭, 올레길, 은빛 억새꽃 등이 충만하다. 이들은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심미적 여유’와 ‘삶의 의욕’을 불어넣기에 충분한 축제의 계절로 만든다. 그래서 지금, 제주의 섬 전체는 분주하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는 오랜 과거로부터 축제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으나 유교의 영향, 일제 강점기, 남북분단, 전쟁, 경제 재건의 숱한 과정 속에서 축제적 유희성을 상당히 잊고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지방자치제의 출발로 다시금 축제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됐다. 이어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관광산업 정책이 축제 활성화 정책과 연계되며 보다 질 높은 문화적 여가 생활을 꿈꾸는 일반인들의 욕구 증대에 발맞추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관광 대상의 활발한 개발, 지역 이미지 제고와 홍보 등 관광의 수요와 공급 요인들이 지역축제라는 연희형태로 모이면서 우리나라의 축제 수는 1000개를 훌쩍 넘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제주도 내의 지역축제도 34개 이상으로 인구 10만명당 개최되는 축제 수로 계산해 보면 6.8개나 된다. 이는 타지방보다 축제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급증한 축제의 주제나 형태는 다양한 변화를 거쳐 왔지만 축제에 참여한 이들이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즐긴다는 본질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외형적 부과 효과인 경제적 활성화, 특산물 판매로 인한 수익 증대, 관광객 유입 효과 등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축제의 내재적 또는 공동체적 가치는 고려 대상이 아니거나 부수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딜레마에 빠져 시기나 장소에 상관없이 유사한 축제가 동시 다발적으로 양산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렇다보니 ‘구경거리이자 스펙터클’로써의 축제가 중심에 놓여져 있는 느낌마저 들곤 한다.
물론 축제에 대한 편견과 소극적인 놀이문화가 팽배하고 5인치 스마트폰 화면에 갇혀 사는 시대에 지역주민의 무관심, 지역단체장의 선심성 예산 배분, 과시적 이벤트, 체계적 준비 미비, 축제 콘텐츠에 대한 고민 부족 등은 아직까지도 과제다. 지역축제의 성공 여부는 축제의 고유한 콘텐츠 특성에 대한 정확한 지역인의 이해와 공감, 그들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욕구 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축제는 지역 자원의 잠재적인 가치가 일정한 시공간에서 꽃처럼 피어나온 것으로 외형적 화려함보다 축제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 또한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축제의 지원 정책, 축제의 목표, 축제의 운영주체, 특히 축제의 소재 선택에 있어서 예술문화, 관광문화, 지역특산물, 생태자연, 전통민속, 주민화합, 역사 및 인물, 조형물, 음식문화로 분류해서 지역마다 고유한 자원의 성격과 개별적인 특성에 대한 섬세한 분석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의 명확도와 투명한 검토는 생략된 채 급하게 가시적인 최종 결과에만 급급하다 보면 오히려 지역 주민들의 갈등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축제의 원칙이 바로 서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축제나 타지역의 축제만을 모방해 엉뚱한 소재를 선택, 축제 메우기에만 급급한다면 마을의 정체성이 뿌리 내릴 토양마저 흩뜨러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디까지나 세계 속 ‘제주다움’의 지역축제를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양적으로 팽창한 축제에 대한 분산된 정보를 체계화하고 축제별 문제점, 개선 방안, 만족도 조사 등의 정확한 정량, 정성 평가지표가 필요하다. 나아가서 축제의 문화 가치와 지역의 문화 정체성 확립의 중요성을 인지한 후에 축제의 경제 효과가 강조되어야만 질적으로 성숙되고 지속적인 축제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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