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中庸)이 필요하다
중용(中庸)이 필요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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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시인 / 제주대학교 제주씨그랜트센터 연구원

[제주일보] 우리 몸은 외부 조건의 변화에 대하여 몸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체온 조절이나 산성도와 알칼리도 등을 조절하고 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지만 지나치면 건강을 해치게 한다.

이처럼 몸과 마음은 항상 평온을 유지하려고 한다.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교훈을 준다.

중용(中庸), 즉 상황에 따라 균형(均衡)을 찾는 길을 잘 이해한다면 우리 삶에서 많은 걱정거리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원하는 것이 지나치면 많은 갈등과 문제를 야기하고 인간관계의 조화도 깨지게 마련이다. 국가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세력균형이론에서는 국가 간에 힘이 비슷한 상황일 때 국제 정치 체제가 안정적이라고 본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도 국제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크리스토프 라우엔슈타인(Christoph Lauenstein)과 볼프강 라우엔슈타인(Wolfgang Lauenstein) 형제의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인 ‘균형(Balance)’에서는 인간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균형을 깨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균형’ 작품은 비슷한 체형의 똑같은 코트를 입은 다섯 사람이 평평한 바닥 위 중심부에 평화롭게 서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들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코트 뒤에 쓰여 있는 23, 35, 51, 75, 77의 숫자다. 평화롭게 서 있던 그들 중 75가 앞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면서 균형이 깨진다. 그러자 네 사람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75처럼 중심에서 밖을 향해 한걸음씩 앞을 향해 걸음을 옮겨 어긋난 불균형을 맞춘다. 잠시 뒤에는 35가 한걸음 나아가고 나머지 모두는 먼저의 상황처럼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 수평을 맞춘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되풀이 하다가 다섯 사람 모두는 자신이 서 있던 세상에서 중심을 잡고 아래 세계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다섯 사람이 살아온 세상은 네모난 판자 모양의 공중에 떠 있는 세계였던 것이다. 네모난 세계는 중앙을 중심으로 균형을 잡기 위해 다섯 사람이 일정한 거리와 무게를 유지해야만 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들이 아래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서로가 균형을 잘 잡고 있어야만 한다.

판자 아래의 세계는 한번 떨어지면 생사를 예측할 수 없는 깊은 나락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51번과 나머지 네 사람이 아래 세상을 향해 낚싯대를 던진다. 그리고 51번의 낚싯대에 무엇인가 묵직한 상자가 걸린다. 모두는 낚싯줄에 걸린 상자를 끌어올리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균형을 잡고 협력한다. 협력을 통해 아래 세상의 상자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 성공의 기쁨도 잠시, 처음 보는 흥미로운 상자를 독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시작된다. 서로 협력하던 이들이 죽고 죽이는 잔혹한 경쟁관계로 돌변한 것이다.

상자를 홀로 독차지하고자 하는 이기심과 욕심이 파멸의 세계로 모두를 몰아넣는다. 모두를 판자 아래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시키고 한 사람과 상자 하나만이 남는다. 홀로 남은 사람은 결국 원하던 상자를 손에 넣었지만 자신이 상자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이면 균형이 깨지게 되고 자신도 추락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상자와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자신의 어리석은 욕심 때문에 상자 안을 영원히 확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갈등하는 양쪽은 서로 양보하여야 절충점에 도달하게 되고 안정을 찾게 되는 것이다. 가정·학교·기업·국가 사이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이성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한 지도자의 중용(中庸), 행정책임자의 중용(中庸), 교육자의 중용(中庸), 부모의 중용(中庸)은 갈등을 봉합하고 좀 더 평화롭고 민주적인 사회로 이끌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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