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로즈마리 한가득…향기가 흐르는 '허브마을'
초록빛 로즈마리 한가득…향기가 흐르는 '허브마을'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7.11.07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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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서귀포시 표선면 세화3리…"허브 일번지 거듭나기 위해 마을 사업 적극 추진"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3리 마을 도로 변에 로즈마리가 가득 심어져 진한 허브 향기를 풍기고 있다.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제주일보=고권봉 기자] 제주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제주시에 있는 제주국제공항에 이어 서귀포시에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이가 제주를 찾고 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으로 인해 도로 곳곳에는 버려진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버려진 쓰레기는 거주민이 줍고 처리해야 한다. 이에 쓰레기 문제는 물론 도로변 잡초 제거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마을에 ‘향기’를 심은 마을이 있다.

지난 4일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3리 마을 입구.

늦가을의 쌀쌀한 날씨처럼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북서쪽에 가세오름, 알오름, 토사봉(토산봉)이 있고 남동쪽에 메오름이 자리한 주변 지형의 영향인지 종종 돌풍까지 불었다.

옷매무새를 다듬고 외투의 단추를 채우려는 순간, 움츠러들었던 몸의 세포를 깨우기라도 하듯 어디에선가 향긋하고 산뜻한 진한 향기가 몸을 감쌌다.

숨을 깊게 들여 마시니 허브 향이 ‘솔솔’ 콧속을 간지럽혔다.

그제서야 바람에 산들거리고 있는 초록빛을 가득 머금은 로즈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가로변 가득 심어진 로즈마리를 살짝 만져보니 손에서도 진한 향기가 났다.

이처럼 마을리사무소와 노인회관 등이 자리한 ‘세화로’ ‘세화강왓로’ 등 마을 주요도로변에서는 허브인 로즈마리가 가득 심어져 허브 향기가 가득했다.

강기수 세화3리장(60)은 “우리 마을이 허브마을로 가꿔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어느 날 마을 안길에 늘어나는 쓰레기와 도로 잡초 제거에 많은 작업량에 대한 고민에서부터였다”라며 “‘예쁜 꽃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지’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된 허브심기는 지금의 허브마을을 만들었다”라고 허브마을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세화3리 마을은 120여 년 전 성산읍 수산리에 살던 군위 오씨 일가가 이주해 오면서 촌락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래 정씨와 신천 강씨가 인근으로 이주했고, 이후 경주 김씨, 김해 김씨가 ‘동강왓’과 ‘불미져’에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성씨들도 들어와 현재의 마을 형태로 자리 잡았다.

당시 마을의 명칭은 ‘강왓띠’라고 불었고 1960년대 ‘강화동(江華洞)’으로 개명해 불러지다가 1988년 행정구역상으로 세화1리에서 세화3리로 분리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44명으로 서귀포시 마을 중 광평리, 동일2리, 마라리, 상천리에 이어 다섯 번째로 적다.

반면 인구 대비 시설 감귤 면적은 가장 많은 곳으로 대다수(53가구)의 주민이 감귤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세화3리는 2006년부터 마을의 환경개선을 위해 허브길을 조성했다. 도로변에 버려진 쓰레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허브길의 지속적인 조성을 위해 허브육묘장과 허브화단 조성을 했는데 이를 계기로 허브마을만들기가 추진됐다.

2010년 허브마을 표지석을 3곳에 설치했다. 2013년 자립 마을 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2008년에 조성한 육묘장을 이설했다.

세화3리 주민들은 마을사업에 대한 의지와 참여가 높아 허브마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는 등 ‘주민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이후 2014년 다목적 쉼터인 강왓허브쉼팜을 지었다.

2015년 마을발전위원회가 조직돼 본격적인 마을발전계획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2015년 농촌 현장포럼과 2016년 지자체 지역역량강화사업을 통해 마을의 비전과 테마를 찾고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를 위한 전략과제들을 발굴했다.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심은 허브는 꾸준한 마을사업 추진으로 허브 공원은 물론 판매장과 체험장으로 진화했다.

(사)제주올레와 제주올레길 주민행복사업을 추진하며 수거한 공병을 활용한 허브향이 담긴 ‘아로마 캔들’ 만들기를 체험사업과 결합해 생산품도 판매, 마을 수익 사업으로 확대했다.

지난 3~4일 열린 2017 제주올레걷기축제에서 세화3리 주민들이 홍보부스를 만들고 허브캔들을 판매하며 마을 홍보를 하고 있다.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마을이 원하는 미래모습을 담은 비전은 ‘비운만큼 채워가는 마을, 아름다운 세화3리’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가꿔 주민들이 더욱 쾌적한 공간에서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바람, 아름다운 마을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활력이 넘치는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이 일상의 고된 무게를 비우고 좋은 기운을 채워 돌아가기 바라는 바람을 담았다.

더욱이 지난 5월 20일~21일 강왓허브쉼팡 일대에서 주민이 직접 기획한 허브축제가 개최됐다.

보라색의 라벤더와 로즈마리 꽃들이 흐드러져 봄의 향기를 더욱 깊이 간직하는 ‘향기가 흐르는 봄나들이(허브축제)’ 첫 번째 이야기가 그것이다.

김성완 마을발전위원장은 “세화3리 마을은 주요 소득 작물이 감귤이지만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허브를 심고 기르면서 특색 있는 허브 마을을 만들어가고자 한다”라며 “마을 전체를 허브길로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소득사업과 주민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살기 좋은 마을, 행복한 마을로 만들어가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향기를 심으며 꿈을 키우는’ 세화3리는 2009년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돼 도지사‧제주검사장 표창, 2016년 체납액 없는 마을에 선정돼 도지사 표창, 2017년 ‘2016년 마을발전지원사업 운영성과 평가’에서 추진마을분야 우수상, 2017년 제4회 제주도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깨끗한 농촌 만들기 분야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허브마을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행정자치부 주관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1억원을 지원받고 마을 내 유휴지 1100㎡ 부지에 허브 꽃밭, 계절화, 공동 텃밭을 조성하는 ‘허브마을 공동체 정원사업’을 시행한다.

텃밭은 도심지 등 외부 마을 주민 등을 대상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또 허브 식물원과 함께 마을 주요 소득원인 감귤을 이용한 감귤체험장 조성도 구상하고 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강기수 이장, 김성완 위원장, 유두선 노인회장, 김미선 부녀회장, 김대철 청년회장

마을 발전 위해 힘쓰는 일꾼들

“다양한 도농교류 사업을 통해 함께 행복한 어울림 마을 목표”

세화3리는 마을 중장기 발전전략으로 ▲허브천국 마을 ▲즐거움 채우는 마을 ▲함께 행복한 어울림 마을 등을 세웠다.

강기수 이장(60)은 “허브 마을을 조성하는 주민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전국민이 ‘세화3리’라고 하면 ‘향기 나는 허브 마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내년에는 새로운 이장이 선출되는데 새로운 이장을 뒷받침해 세화3리가 ‘향기가 흐르는 허브의 마을’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성완 마을발전위원장(44)은 “세화3리는 꾸준한 마을사업 추진으로 판매장과 체험장을 조성해 허브상품을 개발하고 허브 체험 관련 기반시설사업을 갖추고 허브체험 운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처음에는 허브에 대한 지식이 없었지만 청년회, 부녀회 등과 항상 소통을 하며 함께 많은 사업을 진행해오다보니 허브를 키워 심는 것만 아니고 허브캔들을 만드는 등 관광자원으로 병행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미선 부녀회장(50)은 “140여 명의 마을 주민이 허브향이라는 주제를 정해 마을공동체 성장이라는 주춧돌을 올렸다”라며 “마을 주민들로 진취적으로 바뀌고 있다. 세화리라고 하면 흔히들 구좌읍 세화리를 생각하는데 허브마을 조성으로 세화3리는 물론 표선면에 세화리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데 이바지하고 싶다”라고 피력했다.

김대철 청년회장(45)은 “지난 5월 21일 마을회가 주최, 청년회 주관, 마을발전위원회와 노인회, 부녀회, 향우회가 후원한 세화3리 허브 축제를 전문가 도움 없이 주민 스스로 처음으로 개최했다”라며 “아나바다장터와 아로마캔들 체험, 허브비누와 묘목 판매 등 감귤 농사를 지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소중하고 귀한 경험을 했다. 두 번째, 세 번째 축제는 더욱 알찬 프로그램으로 도민과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변화된 마을 모습을 알렸다.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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