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의 세한도를 찾아서
추사의 세한도를 찾아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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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중문고등학교 교사

[제주일보] 가을 하늘은 높고 곳곳에 가을 억새, 코스모스가 자기를 봐 달라고 흔들어 댄다. 적당한 바람과 맑은 공기 제주 어느 곳을 가도 행복하다. 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제주 올레길을 걷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듯이 제주 곳곳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한다면 그것이 제주의 자산이 되고 제주를 행복한 도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을 바로 알고 학생들에게 바른 인성과 올바른 문화 습득을 위해 월 1회 지역곳곳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육지 출신이라 오히려 내가 제주문화인이 되는 기회가 되고 있다.

대정에 위치한 추사관을 찾았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서예가, 금석고증학, 불교,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요즘 아이들의 용어로 말하자면 ‘조선시대의 금수저’인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기간을 보내며 만든 작품이다. 추사체는 서예사에 빛나는 업적을 이루었고 이곳 제주에서 세한도를 그려냄으로 우리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줬다. 추사 김정희의 추사체가 왜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이제야 그 뜻을 깨달았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 중일 때 제자인 이상적이 책을 보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그려준 그림이다. 이 작품은 예서체로 쓴 세한도라는 표제와 소나무와 잣나무, 가옥 등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화면 그리고 김정희의 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마르고 거친 필치로 표현된 화면에서 느끼는 차갑고 황량한 분위기는 발문에 쓰여 있는 ‘날이 차가워 다른 나무들이 시든 뒤에야 비로서 소나무가 늘 푸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는 구절과 잘 부합된다.

“그대가 지난해에 계복의 만학집과 운경의 대운산방문고 두 책을 부쳐주고 올해 또 하장령의 황조경세문편 120권을 보내주니 이 모두는 세상에 흔한 일이 아니다. 천리 만리 먼 곳에서 사온 것이고 또 여러 해에 걸려서 얻은 것이니 한 번에 가능할 수 있는 일이 더욱 아닌 까닭이다.”

태사공 사마천이 말하기를 권세와 이익으로 결합된 자는 권세와 이익이 다하면 관계도 멀어진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날이 차가워진 연후에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듦을 안다”고 하셨다. 소나무, 잣나무는 사계절 상관없이 시들지 않고 지지 않는다. 성인께서는 굳이 추위가 닥친 다음의 그것을 가리켜 칭찬하였다.

각박한 세상 인심이 권세와 이득을 쫒지만 제자 이상적이 멀리 중국에서 귀한 책을 구입하여 멀고도 먼 제주의 스승을 생각하며 책을 보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를 한 내용이다.

국보 제180호로 알려진 세한도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마음심이라 볼 수도 있고 가을 추라고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세상 인심이 다른 사람이 나에게 정을 베풀 때 나도 정을 베푸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아무도 나에게 관심 없고, 유배기간이 점점 길어진 김정희가 7년이 넘게 머나먼 이곳 제주에서 혼자 외로이 지낼 때 제자가 베푼 정은 그야말로 세상으로부터 찾아온 실날같은 희망이었을 것이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스승에게 책을 보내주는 그 마음이 정말 가까이 느껴진다. 사람이 그립고, 친구가 그리운 그 마음을 눈으로 읽을 수 있다. 그것도 세계 정세를 알 수 있는 중국의 이야기를 전해준 것이다.

모두가 소통하는 것 같지만 결국 인간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 그 차디찬 외로움에서 제자 이상적이 보낸 사랑을 스승은 느꼈고 제자를 아끼는 마음으로 소나무청정을 이야기 한다. 이미 정세는 김정희가 유배자이기 때문에 소식을 전하는 것 자체가 금기일 때 이상적은 용기 있는 제자였던 것이다. 인간의 능력은 다소 부족한 상황이 되면 좀 더 능력이 발휘되는 것 같다. 약간의 고난은 그 사람을 더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예서체가 만들어진다.

문화해설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한 가지라도 더 알려 주려고 열정을 다하신다. 열심히 듣고 있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사랑스럽다. 우리아이들은 제주를 지키는 소중한 문화 지킴이가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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