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强(열강)에 휘둘렸던 역사 되풀이 될까
列强(열강)에 휘둘렸던 역사 되풀이 될까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11.0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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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한국과 중국이 사드 갈등 봉합에 합의하면서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끊겼던 제주~중국 항공노선이 운항을 재개하고 개점 휴업상태였던 중국 관광객 관련 여행사와 호텔 등도 분주해졌다.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얼굴도 밝아졌다. 역시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다.

제주시내 상가와 식당들이 밤늦도록 시끄러워지고 용담 해안도로가 호젓함을 잃더라도 일자리가 늘고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면 중국관광객들을 환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번 사드갈등 봉합 과정은 중국이란 나라를 이웃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운명의 축약판 같은 것이다.

자존심이 상하고 불편하고 귀찮을 때가 많지만 그걸 감수해야 돈을 번다는 건 현실이다. 세계엔 이 시끄러운 중국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세계가 웃는 낯으로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다름아닌 돈 때문이다.

▲1970년대나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방에서 중국은 ‘영원한 잠재력(Forever Potential)’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은 인구, 영토 등 모든 측면에서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 초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적다는 생각을 했다.

간혹 국제정치학자 가운데는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전망은 번번이 어긋나곤 했다.

그러나 덩샤오핑(鄧小平) 등장 이후 중국에 시장경제가 도입되기 시작하자 오늘날 이렇게 ‘돈 많은 초강대국’으로 떠오르는 데 채 40년이 걸리지 않았다. 땅 덩어리로는 인도도 크지만 중국을 따라잡기는 아직 멀다.

지난해 일본에 갔을 때 본 광경이다. 오사카성에서 관광하는 사람은 일본인보다 중국인이 더 많았다. 일본인들은 중국인들을 보며 웃고 있었지만 그 눈 속에는 불안감이 피어났다.

▲한 국가가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적어도 영국(인구 약 6500만명, 영토 약 24만4000㎢) 정도는 돼야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물리적 조건을 갖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약 5100만명의 인구와 10만㎢ 정도의 영토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기초적인 물리적 조건을 갖지 못한 셈이다. 남북한이 통일을 해야 그나마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을 보면 통일이 더 멀어져만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중국과의 사드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도 그렇고, 한·미, 한·일관계가 어지럽게 꼬이고 있지 아니한가.

이게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의 지정학적 처지인가. 정말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걸까.

▲우리는 1960년대만 해도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하는 나라였다. 그러나 밥도 못 먹고 바다에 물질을 나가고 척박한 농토를 일구면서도 우리의 어버이들은 “학교만은 보내사주”하면서 허리끈을 졸라맸다. 이 교육열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제주도를 일궈냈다.

그러나 요즘 이 나라가 과연 세계가 놀라는 경제기적을 만들어낸 그 나라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경제는 힘들고 정치는 과거에 매몰됐다.

나라 밖으로는 중국에 위압당하고 미국에 치이고 일본에 업신여김을 당하고 러시아에 비웃음을 당해도 이 나라 사람들은 무감각하다.

태풍이 올 때 질서정연하게 체계적으로 오는 경우란 없다. 천둥, 번개, 비바람, 높은 파고가 뒤엉켜 몰려오듯이 위기는 크고 작은 다양한 난제가 뒤엉켜서 다가온다.

19세기 말 우리는 열강(列强)의 압력 앞에서 그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갑론을박으로 우리끼리 싸우다가 나라가 망하지 아니했나. 열강에 휘둘렸던 역사가 되풀이 될까 두렵다.

나라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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