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추구하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
"무언가 추구하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
  • 제주일보
  • 승인 2017.11.0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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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왼쪽)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표지 (오른쪽) 이소영 작가

[제주일보] 집 근처에 사립 미술관이 있다. 미술관 1층은 미술교실 겸 도예실로 이루어졌고 2층에 마련된 전시실에는 제주의 자연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어린 아이가 그린 것처럼 조금은 천진난만한 그림들을 들여다보면 늘 마주하는 익숙한 마을풍경이 새롭게 느껴져서, 지금도 문득 생각이 날 때면 가벼운 마음으로 그 미술관에 들르곤 한다.

제주도의 자연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 화가의 일상이 담긴 작품들을 가만히 바라보면 여유로운 풍경에 마음이 따뜻해지는데 책에 소개된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도 그렇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속에는 평범하지만 정겨운 일상이 담겨 있고, 그 그림들을 보다보면 다독다독 위로를 얻게 된다.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는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미국의 국민화가로 활동한 모지스 할머니의 삶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난한 농장에서 태어난 큰 눈망울의 소녀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그림을 그려서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저자가 모지스 할머니의 삶과 그림을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연결해서 전해주기 때문에 그림을 쉽게 감상하고, 책 속 내용에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다. 눈 내린 마을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 양초 만들기, 연날리기, 마을 축제 등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저자가 풀어낸 진솔한 감상을 읽다보면, 힘들다고 투정하느라 소소한 행복을 놓쳐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책의 첫 번째 파트, ‘특별한 하루를 기억하다’에서 저자는 “사람들은 늘 내게 늦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사실 지금이야말로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에요.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이죠”라는 모지스 할머니의 말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저자 자신도 ‘진정으로 심장이 시키는 일이 있다면 그 순간이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젊고 적절한 때라는 모지스 할머니의 말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오늘이 자신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에 무심하게 지나쳐버리는 하루하루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하고 특별한 날임을 깨닫게 된다.

“특별하지 않아도 특별하다고 믿으면 특별해지는 거야”라는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속 명대사처럼,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그 그림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특별한 일을 해야지만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다’는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하늘과 산, 언덕, 집과 마을 사람들 등. 창밖의 풍경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본 모지스 할머니와 그녀의 그림을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해주는 저자처럼, 예전과 다른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면 반복되는 평범한 등하굣길, 출퇴근길 풍경도 계절에 따라 반짝반짝 변하고 있음을 조금 특별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모두가 인생을 정리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던 75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세상을 떠나는 101세까지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모지스 할머니. 조금 더 일찍 미술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사람들의 질문에 모지스 할머니는 “이제라도 그림을 그려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나의 경우에 일흔 살이 넘어 선택한 새로운 삶이 그 후 30년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줬습니다”라고 답하였다.

마지막 책장을 걷으면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마치 좋은 하루였던 것 같아요. 이제 끝났고, 나는 내 삶에 만족합니다. 나는 삶의 역경을 만날 때마다 나름대로 최선은 다했어요. 삶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에요.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라는 모지스 할머니의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에는 소박한 하루하루의 소중함이 담겨 있다. 삶이 고단하다고 느끼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책 속 공감되는 문장에 위로를 받고,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서 한 번 더 따뜻한 위로를 받으면 좋겠다.

<양윤정 동녘도서관 사서>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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