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갖고 있는 짝사랑…그 추억에 대한 이야기
누구나 갖고 있는 짝사랑…그 추억에 대한 이야기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7.11.02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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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배우 김주혁 최근 숨지면서 주위 안타깝게 하고 있어
희미한 짝사랑에 대한 추억들을 꺼내게 만드는 영화

[제주일보=김동일 기자] 항상 진심 어린 연기를 갈망했던 것은 물론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김주혁이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보여준 것 못지않게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배우였기에 그 아픔은 더욱 크다.

그의 연기는 항상 진지했고, 예능 등 방송에서는 마치 옆집에 살고 있는 동네 형 같은 소탈한 모습으로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올 들어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기에 사고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안타까운 사고에 애도를 표하면서 그가 출연했던 영화 가운데 ‘광식이 동생 광태(2005년 개봉)’를 떠올린다.

형제인 광식(김주혁)과 광태(봉태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광식이는 대학 시절 같은 동아리 후배였던 윤경(이요원)을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다고 말 한번 하지 못한다.

반면 광태의 사랑은 ‘인스턴트’나 다름없다. 만나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일사천리다. 형제의 사랑은 그렇게 정반대인 셈이다.

고백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린 광식의 짝사랑은 7년 후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윤경을 만나면서 되살아난다.

짝사랑이 익숙했던 광식에게 윤경이 먼저 다가왔다. 하지만 답답하게도 광식은 여전히 7년 전 모습 그대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광식의 사진관에서 일하는 일웅(정경호)은 윤경에게 관심을 보인다. 오히려 윤경이 광식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담은 ‘시그널’을 보내지만 광식은 무감할 뿐이다.

광식은 짝사랑에만 매몰된 나머지 윤경에게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렇게 사랑을 놓치고 만다.

광식이가 윤경의 결혼식에 찾아가 마이크를 내밀면서 부르던 ‘세월이 가면’의 가사에서 그동안의 짝사랑에 대한 심정이 구구절절하게 드러난다.

광식은 뒤늦게 말한다. “될 거라면 어떻게든 된다. 7년 넘게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그녀와 이뤄질 거란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어쩌면 나는 그녀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바보짓들을 즐겼는지도 모른다”라고. 10여 년의 걸친 광식의 짝사랑이 끝나는 순간이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광식과 같은 ‘짝사랑’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다. 서툴고 부족한 데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진 않았지만 그 조차 추억이고 기억이다. 희미해진 짝사랑에 대한 기억을 꺼낼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배우 김주혁과 이 영화에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낸다.

김동일 기자  flas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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