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몸', 다시 생각하기
'물'과 '몸', 다시 생각하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0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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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KBII 한국뷰티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

[제주일보] 목욕(沐浴)은 머리감을 목(沐)자와 물로 몸을 씻을 욕(浴)자로, 머리를 감고 물로 몸을 씻는 행위를 말한다. 또한 목(沐)자에는 다스린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어 목욕은 마음을 다스리는 효과도 있는 생활 행위라 할 수 있다. 탁족, 발물, 물맞이 등의 생활풍습에서도 읽을 수 있듯, 목욕은 물로써 몸의 자연 치유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대표적인 자연치료 요법이다.

우리나라에서 목욕이라고 할 만한 비교적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삼국시대다. 그 중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그의 왕비 알영이 목욕을 한 후 몸에서 광채가 났다는 기록에서 신라인이 물을 신성시하며, 목욕을 중요시하고 목욕재계를 계율로 삼았다. 고려도경에는 고려인들이 하루에 서너차례 목욕을 했고 개성의 큰 내에서 남녀가 한데 어울려 목욕을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 삼국시대의 목욕이 종교적 의미가 강했다면 고려시대부터는 점차 목욕이 질병치료와 예방의학의 개념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고려와 조선의 상류층 여성들은 특별히 미용목욕을 즐겼는데 주로 식물의 잎이나 줄기 등을 증탕하여 목욕물에 섞어 넣는 것으로 주로 난초 물을 이용한 난탕이 은은한 향이 있어 인기가 있었다.

세종대왕은 동서활인원에 부설된 한증소에서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한증욕이 널리 이용됐으나 한증욕의 경우는 열을 이용해 억지로 땀을 내는 방법이므로 체력적 소모가 컸다. 적절한 한증욕은 스트레스 해소, 숙취 제거, 어깨 통증,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

조선시대 궁중 약욕법은 종류도 다양하고 질병에 따라 선택되는 약재도 엄격해서 고도로 발달된 면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약재에서 우러나온 성분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어 피부병, 종기, 가려움증과 같은 외적 질환은 물론 신경통, 관절염, 냉증과 같은 내적인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탁월했다는 기록이 있다.

냉온욕은 찬물과 더운물에 번갈아 들어가는 물 치료법의 일종이다. 온탕욕에 비해 노폐물 배설 및 피로 회복 효과가 크다. 피부가 수축·확대를 거듭하며 모세혈관을 자극해서 혈액순환을 강력하게 촉진,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정상인의 경우, 냉온욕을 자주 해주면 여름에는 더위를 덜 타고 겨울에는 추위를 잘 견디는 신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온탕은 41~43도, 냉탕 14~18도가 적당하다. 처음에는 냉욕부터 시작해, 전신 냉욕 1분·전신온욕 1분을 8~11회 반복한다. 반신욕은 체온보다 약간 높은 37~38도 정도의 물에 명치 아래, 즉 하반신만 20~30분간 담그는 목욕 요법이다. 하반신 혈액순환을 도와주기 때문에 생리통, 자궁 통증 등의 부인병을 비롯, 전립선 이상 징후와 치질이나 하지 정맥염, 만성위염이나 위·십이지장 궤양 등에도 치료 효과가 크다. 또한 미온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냉온욕이 어려운 고·저혈압, 심장병 등 순환기 계통 질환자에게도 권장되는 목욕법이다. 방법은 미온탕에서 3~4분간 몸을 담갔다가 나와서 3~4분 쉬는 것을 반복한다. 탕에 있을 때는 발목을 가볍게 돌리거나 무릎을 펴고 굽히는 등의 가벼운 움직임을 내는 것이 좋다.

세계에서 가장 목욕을 좋아하는 민족은 일본이다. 일본인들의 목욕법은 독특해서 깊은 목욕통에 몸을 푹 담그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탕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니시 건강법에서 가장 강조하는 목욕 치료법인 각탕은 장딴지 아래만 뜨거운 물에 담그는 요법이다. 발에 집중돼 있는 모세혈관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몸 전체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전신욕보다 발한 효과가 오히려 뛰어나 간단한 방법으로 탁월한 신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방법은 물통이나 대야에 40도 전후의 물을 발목 혹은 무릎 아래까지 잠길 정도로 부은 뒤 의자에 앉아 발을 담근다. 이때 한기를 느끼지 않도록 이불로 상체를 덮고, 약 5분마다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 온도가 1도씩 오르도록 조절을 해준다.

여태껏 ‘목욕’을 단순히 씻고 닦는 행위로 생각했다면 이번 기회에 ‘물’과 ‘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봄이 어떨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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