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끼리
우리와 끼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3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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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수필가

[제주일보] 절친한 친구가 내게 질투를 느끼게 하는 게 하나 있다고 했다. 내 남편이 나에게 ‘우리 순희는’이라고 말할 때란다. 왜 그 말에 질투가 날까 하며 웃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일찍 혼자가 돼버린 친구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함이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온전히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나는 개별적 존재지만 이웃과 어울려야 할 사회적 존재고, 우주 속 아우름의 존재다. 그러니 서로 맞대고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인 게 우리다.

일상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 ‘너’라고 시작되는 말보다 ‘우리’라는 어감이 몸과 마음을 디밀어 가까이하고 싶고 한층 정다워진다. 그에 반해 우리끼리란 단어에서는 어쩐지 이기적인 냄새가 난다.

요즘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카탈루냐를 떠올린다. 바로셀로나 지역민들은 경제적인 요인으로 독립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못 하게 막는 모습이 ‘우리와 우리끼리’에서 오는 견해(見害) 차이로 보일 뿐이다.

카탈루냐 출신인 소설가 멘도사는 인간의 본성은 개별적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다면서 자식은 부모로부터, 때로는 부부조차 상대로부터 떨어져 있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는 다른 식으로 움직여야 한다면서 정치·경제·문화적 영토가 얽혀 있기에 신중해야 하며 개인과 국가의 욕망은 달라야 한다고 했다. 국가를 위하는 마음이 앞선다면 작금의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우리끼리라는 표어는 공허하다’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카탈루냐 독립투쟁은 가벼운 생각으로는 서로 나눠 가지지 않겠다는 모양새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정세(情勢)가 급박하고 곤궁한 형세에 비하면 그렇게 큰 일이 아니다.

세상은 별스러운 일들의 연속이다. 아이러니한 일들이 순간순간 벌어지고 사라져간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사람들은 저들끼리 살겠다며 분리 독립을 해달라고 투쟁하고 있고 우리는 한 민족끼리 38선을 사이에 두고 초긴장 상태다. 일촉즉발, 발만 잘못 디뎌도 폭발할 것 같은 위급함이 깔려있다.

며칠 후면 우리의 우방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내한한다. 순방하는 가장 큰 핵심 의제가 북핵 견제라는 점에 집중되어 있다는 걸 세계가 다 안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대북 공조 강화를 위해 우리끼리 힘쓰자고 할 것이다.

우리는 그 힘을 기틀 삼아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해 남북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쪽으로 더 힘을 실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끼리’보다 ‘우리’가 더 촌수 가깝고 돈독한 정을 만드는 길이기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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