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안전 빠진 도심공원 존재이유 없다
쾌적·안전 빠진 도심공원 존재이유 없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3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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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탐라문화광장으로 상징되는 제주시 산지천 일대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돼 지금의 공원으로 조성됐다. 정체성이 모호한 탐라문화광장이라는 의미에 앞서 제주시민들에겐 복원된 산지천 또는 산지천 공원으로 더 친숙한 공간이다. 제주시는 2002년 6월 당시 364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산지천 복원공사를 마무리했다. 시민들은 산지천을 옛 모습으로 복원하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사업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복원된 산지천은 꽉 막힌 도심 속 숨통을 트여주는 생태 하천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시의 자랑거리가 됐다. 그런 산지천이 언제부터 제주시민들이 마음 놓고 편하게 찾기에는 ‘꺼림칙한 공원’으로 전락했다. 제주일보 취재 결과 지난 28일 낮에만 하더라도 이곳 문화광장에선 술에 취한 채 서로 시비를 벌이는 일행이 목격됐다. 분수대 옆에 만들어진 혜은이 노래비 인근에는 술병이 나뒹굴고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적지 않은 노숙인들이 이곳에 진을 치고 있다.

노숙인들로 인한 공원 이미지 훼손은 이곳뿐만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제주시 삼무공원과 신산공원은 물론 심지어 이호해수욕장 야영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노숙인들이 이들 공원을 점령한 채 술판을 벌이고 심지어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시비까지 벌이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도시공원은 말 그대로 도시의 녹색지대다. 피로에 찌든 시민들이 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도심 금싸라기 땅이다. 나아가 도시공원은 이웃 간 만남의 장소로 도시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장소에서 웃음은 찾아볼 수 없고 고성과 음주 소란이 판을 친다면 이는 잘못돼도 한참 잘 못 된 일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김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공원 20곳이 ‘Red(위험)등급’으로 분류됐다. 이곳에선 2014년 30건, 2015년 35건, 지난해 22건 등 최근 3년간 86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이들 범죄는 대부분 절도와 폭행으로, 경찰은 이들 범죄의 상당수에 노숙인들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경찰의 통계에 잡힌 것으로 실제 이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

한편에서 보면 비록 일부지만 노숙인들이 공원 내 활동을 법적으로 막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범죄 발생이 예상되고 시민들이 불안해 하는데도 행정이나 경찰이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심공원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대 환경을 지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것은 제주시를 비롯한 행정이 해야 할 당연한 의무다. 시민과 행정 그리고 경찰이 함께 도심공원을 지켜내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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