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인구절벽 문제와 대책
제주도의 인구절벽 문제와 대책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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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철.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제주일보] 요즘 언론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어 중에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라는 말이 있다. 2014년 해리 덴트(Harry S. Dent Jr.)라는 한 경제전문가가 쓴 책의 이름에서 유래되어 쓰이기 시작한 이 단어는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 제주는 2016년 인구 순유입 규모가 1만4000여 명에 달하며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로 이런 현상과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관광객 급증, 국제자유도시 개발 및 기업 유치 등이 본격화 된 2010년대에 들어서야 나타난 현상이다. 그전까지 제주는 도서지역 특성상 학업, 취업 등을 이유로 청년층의 유출이 심각했던 곳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제주에서 20대는 수년간 순유출이 가장 컸던 집단으로 2014년에 들어서야 순유입으로 전환되었다. 그간 누적된 젊은 인구의 유출규모를 생각하면 제주 역시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소멸위험지수라는 수치를 통해서도 제주의 상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멸위험지수는 65세이상 인구대비 20~39세 여성 인구의 비중으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소멸가능성이 큰 지역임을 의미한다. 보고서에서는 이 수치가 1미만이면 소멸주의, 0.5미만이면 소멸위험 단계로 구분하였는데, 2017년 7월 기준으로 볼 때 전국은 0.95로 1미만이며, 228개의 지자체 중 85개의 지역이 위험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0.87로 소멸주의지역으로 구분되고 있다. 특히 도내 읍면지역의 경우 0.5에 못 미치는 위험지역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오랜 기간 20대 인구의 유출이 누적된 데다, 현재의 인구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주도의 인구절벽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기대소득 하락,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정주비용 증가는 향후 인구 유입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경우 제주도의 고령화 속도는 가속화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인구절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출산율 제고가 필수적이다. 제주도의 출산율은 2016년 기준 1.43명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지만 OECD 평균인 1.68명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인구수 유지를 위해 출산율 제고 정책을 꾸준히 펼칠 필요가 있다.

특히 조세 등을 통해 출산이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 있게 유인체계를 수립하고, 육아 및 교육여건 등 간접요인들에 대한 개선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에 더해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뿐만 아니라 도 차원의 다양한 맞춤 지원책 또한 도입해야 한다.

산업구조 고도화 및 기업 유치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 또한 필요하다. 2016년 제주도 인구 유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일자리였다. 결국 좋은 일자리가 많은 인구를 유인할 수 있고, 특히 젊은 세대들의 유출 방지 및 정착을 이끌어 냄으로서 제주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농업과 관광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최근 제주지역에서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쓰레기, 교통, 주택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인구 유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출산율 제고를 통한 인구절벽 해소가 상당기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유입은 제주경제가 정체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인이다. 제주 경제 발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그들과 조화롭게 지내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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