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特(특)'자를 주문하면 값을 더 내야 한다
'特(특)'자를 주문하면 값을 더 내야 한다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10.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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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나 보통사람입니다”라며 유세를 다녔던 대통령 후보(노태우)가 있었다. 지방 면서기의 아들이라 특별히 내세울 게 없다는 말도 자주 했다. 결국 이 ‘보통사람’이란 캐치프레이즈로 선거에 성공해서 대통령이 되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보통사람이라는 그 말이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이라는 말은 다른 표현으로 ‘평범한 사람’이라는 말과 유사하다.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보통사람’과 ‘평범한 사람’은 상당히 달라 보이기도 한다. 보통사람의 기준이나 평범한 사람의 기준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충 생각하기에 평범한 사람은 ‘나는 많은 사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 보통의 상식과 보편적 가치를 가진 사람, 도덕과 윤리를 아는 사람, 나는 부자이지도 그렇게 가난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런 정도의 사람이 보통이자 평범함을 대표하지 않을까.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묘한 것이다. 자신을 보통사람이라면서도 누구나 특별해지기를 바란다. 아니 특별한 대우를 받고싶어 한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는 ‘특(特)’자가 달린 것도 많고 그것에는 무언가 플러스(+)가 더 붙어있다.

고기국수를 주문할 때만 해도 ‘특’자가 붙으면 몇 천원 값을 더 내야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검사도 특별검사, 수사관도 특별수사관, 기관원도 특수요원 등 ‘특’자가 붙어있으면 뭔가 특별한 권한과 위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 뿐인가. 기상예보도 특보(特報)가 나와야 사람들이 뭔가 하고 관심을 갖는다. 대통령 특보(特補)도 마찬가지다. 봉급도 안 받는 비상근이라도 이 사람 말 한 마디는 곧 대통령의 뜻이고 나라의 정책 방향으로 받아들인다.

‘완장(腕章)문화’가 팽배한 사회 풍조때문에 ‘보통’보다 ‘특별’한 것이 더 좋아보이고 힘센 것처럼 비치는 탓이다.

▲특별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도 ‘특’자가 붙어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법 제도 개선을 통해 특별한 분권(分權)을 희망한다.

하지만 정부가 보는 제주특별자치도란 것은 전국 지방분권을 시행해나가기 앞서 시험적으로 시행해보는 ‘분권 시범’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자. 언제 중앙정부가 제주도민을 특별히 대접했던 때가 있었으며 특별히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했던 때가 있었는가.

그러니 제주도에만 특별한 특권을 달라고 할 게 아니라 한국 지방분권의 발전을 위해 어떤 형태의 분권을 시범해볼 필요가 있음을 설득시켜 나가야 한다.

특별자치도는 시범자치, 시범자율을 통해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기르고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기회를 먼저 갖는다는 이점이 있다. 그것이 바로 특별함이라면 특별하다고 할 수도 있다.

▲세상사는 다 의미가 있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다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고 아등바등 애를 쓸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에서 나만의 자유를 찾아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정다운 선후배들과 봄·여름·가을·겨울 이야기를 나눈다. 그것이 공감되기를 바라고 거기서 나의 존재감을 느낀다.

사실 우리 일상 어느 순간이라도 의미없는 것이 어디 있으랴.

그렇다면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그냥 보통인것,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 정말 특별한 것이 아닐까.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되면서 ‘보통사람’ 도민들도 ‘특별한 도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국제자유도시라니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특혜가 있음직했으니까.

그렇게 기대를 했든 착각을 했든 간에 그건 다 자유다. 다만 제주지역이 한국의 ‘보통’ 지방(地方)이고 제주도민도 ‘평범한’ 국민(國民)의 한 사람임을 알면 된다.

권리도 의무도 이 나라의 한 지방, 국민의 한 사람 몫이다. 그 이상의 ‘특’자를 주문하면 값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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