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대형 개미인간
특대형 개미인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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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제주일보] 많은 아버지와 아들들, 그 세대 간 생각의 차이는 너무 확연하다. 오늘도 아버지는 아들의 철없는 생각을 바꿔보려, 버릇없는 자식은 어쩌다 뵙는 아버지의 고리타분한 생각을 바꿔보려 경제회복·안보위협·역대 정권들의 부패와 언론의 문제점들을 저마다 아전인수로 해석하며 열심히 설명해 본다. 기회 있을 때마다 늘 반복되는 대화지만 어느 한 편으로 단 한 걸음도 진전되지 않는다.

어느 한 개인의 이념화된 생각은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이념을 살아가면서 얻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이라 여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편향성에 대해 자신이 내린 결정이라 여기며 문제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우리의 생각과 달리 우리의 이념은 누군가에 의해 심각하게 편향되어 왔다. 단편적으로 보아도 동서로 나뉜 소위 지역감정에 의해 편향되어 있고 30여 년의 군부독재 정권에 의한 통제되어 온 언론에 의해 편향되어 왔다.

정치와 권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편향성을 조장하려는 것이 필연이다. 과거정부가 언론과 국정교과서를 통해 편향성을 확보하려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이메일을 통한 좋은 정보제공을 빙자하여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을 보내거나 밴드, 페이스북 등 인터넷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편향성을 확보하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편향성이 비단 정치적인 성향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조장되기 쉬운 환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떠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구글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네트워크에 끊겨져서는 잠시도 지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는 이 전지적인 네트워크는 1980년대 9시 뉴스에 나오는 대통령보다 우리의 마음을 더욱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이 전지적 네트워크에 넘길 것이고 많은 사람이 같은 신탁을 믿고 의존하게 되면 신탁은 우리 대신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게 된다. 우리는 신탁을 통해 필요한 것을 얻으며 스스로 결정을 한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전지적 네트워크의 뜻대로 움직이게 되어 진다.

“우리는 수백만 년 동안 성능이 향상된 침팬지로 살았지만 미래에는 특대형 개미가 될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후속작 ‘호모데우스’를 통해 한 말이다. 우리의 미래는 전지적 네트워크를 관장하는 소수의 엘리트집단인 여왕개미를 위해 노예처럼 살아가는 일개미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전지적 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되면서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능력은 점차 퇴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마음을 조작하는 기술을 가진 전지적 네트워크, 새로운 초인간계급인 그들 역시 말 잘 듣는 국민, 꿈꾸고 의심하지 못하는 인간을 양산하려 한다. 소수의 엘리트가 인류 집단을 이끌고 다수를 먹여 살린다고 하지만 인간의 존엄과 행복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스스로 학습하지 않으면 사육당하고 이용당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전지적 네트워크를 장악한 소수의 엘리트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우리 사피엔스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비결은 나의 상상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 함께 존재하는 상호주관적인 의미망을 엮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교육이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제주에 남을 인재에 집중해야 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 철학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이 되어야 할 이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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