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뛰어넘으려는 열차 안의 몸부림
차별을 뛰어넘으려는 열차 안의 몸부림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7.10.26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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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영화 ‘설국열차’
차별의식 사회현상 열차에 담아내
피라미드 구조 깨뜨리는 과정 그려
영화 ’설국열차’의 스틸컷.

[제주일보=김동일 기자] 아직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의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돈이 없어서, 몸이 불편해서, 권력이 없어서, 지방에 살아서, 학력이 높지 않아서까지. 차별을 당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이 같은 차별의식은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분류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나 몰라라’를 넘어 ‘나에게 어떠한 영향도 줘선 안 된다’고 규정짓고 만다.

최근 서울시에서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주민과 장애인 학부모, 그리고 행정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차별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집 값 하락 등을 이유로 특수학교 설립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수학교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보는 생각 역시 차별의 범주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차별의식이 그대로 담겨 있는 영화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연출한 ‘설국열차(2013년 개봉)’가 바로 그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러한 사회현상을 열차에 그대로 담아냈다. 현실의 계급적 차별의식이 영화의 소재로 활용된 셈이다.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에는 끝없이 궤도를 달리는 열차만이 남아 있다. 이 열차는 무려 17년째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다.

가로로 달리고 있는 열차는 꼬리 칸에서 앞 칸으로 갈수록 상류사회가 자리 잡고 있는 시스템으로, 세로로 세워보면 현실 세계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피라미드 구조는 열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갈등이 벌어진다. 차별이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는 이 같은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앞 칸으로 전진하는 젊은 혁명가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한다. 여기에 커티스와 동조하는 남궁민수(송강호)의 이야기 역시 또 다른 볼거리다.

특히 커티스가 기존 레지스탕스(저항)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면 남궁민수는 이와는 조금 다른 혁명가로 그려지는 게 특징이다.

남궁민수는 열차안의 체제에 대한 저항과 붕괴보다는 열차 밖을 탈출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열차 안은 물론 열차 밖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는 캐릭터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토록 원했던 ‘새로운 사회 만들기’를 이뤄냈을까.

김동일 기자  flas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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