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처럼 살면
들꽃처럼 살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2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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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수필가/제주문인협회장

[제주일보] 인생의 승산은 전반에 정해진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들 교육에도 필사적이었다. 빠른 출세를 위해서 노력했지만 60세의 정년은 온다. 분명 인생 60년 시대에는 ‘처음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로 전반의 노력이 인생을 정했다. 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인생 백년이라는 대 변혁기를 맞게 되었다. 이 변혁에 대해서 유감스럽게도 국가도 기업도 아직 충분한 대응책이 없다. 믿을 건 자기 자신뿐인데, 그게 난감하다. 앞으로 생길 어떤 상황에도 순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더욱 절실해졌다.

노후가 길어진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역시 젊었을 때 두 가지 경험을 해둬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칠전팔기의 괴로움을 경험해 둘 것. 또 하나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시련이다.

어떤 보장도 없이 길어진 인생 속에서 앞날을 생각하면, 걱정이다. 연일 접하는 매스컴의 보도에는 노후의 불안을 부축이는 기사가 눈에 띈다. 경제적으로도 건강적으로도 문제 투성이다. 결국 돈이 없으면 기술, 그것도 없으면 ‘열의’라도 있어야 한다. 그 열의를 가지고 종신 현역으로 살아야 한다는 각오를 해본다. 심리학자 ‘융’은 우리들에게 될수록 ‘종신현역’으로 있으라고 호소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지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평균 수명이 80세가 된 지금까지도 60세 전후까지 현역으로 있으면 나머지는 여생으로 좋다고 스스로 생각해 버린다. 그것은 지금까지 사람의 판단항목을 소속 단체로 놓기 때문이다.

‘융’의 종신현역의 행복인 ‘혼자서 독립하기’를 실현하면 정년은 없다. 소속가치가 아니라 존재가치로서의 인간의 소중함을 알자는 얘기다. 조직 속에서 입신출세하려 하는 소속가치의 시대는 끝났다. 정년 뒤의 자신의 존재가치로서 살아가야 하니까.

망설임의 근원은 기존의 가치관을 새롭게 바꿀 때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의식을 바꿔야 한다. 손 놓고 ‘남은 여생’을 불안으로 지내는 것보다 ‘내게 여생이란 없다’라는 각오로 살아가는 게 훨씬 건강하다.

인생 백년. 장수화 시대에 소속의존 형으로 살아간다면 좌절하고 만다.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배짱이 필요하다. 지금은 어떤 일이든 프로페셔널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은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일을 제공한다. 응원한다. 종신현역으로 있으려면 그런 직업에 대한 연마가 젊었을 때부터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묵묵히 한 길만을 걸으며 밟혀도 마침내 피고 마는 들꽃 같은 삶. 눈에 띄지 않지만 ‘내 인생에 여생은 없다’고 하며 들꽃처럼 의연하게 살고 싶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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