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교육 이념의 대립, 소통으로 풀라
사학교육 이념의 대립, 소통으로 풀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2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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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이 발표한 ‘사학기관 운영 내실화 추진계획’과 관련한 논란은 한마디로 사립(私立)학교 운영과 관련해 보수와 진보의 가치의 대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와 진보 정권의 교체기마다 이와 유사한 논란이 거듭돼 왔다는 점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이 아니다. 벌써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사학이 정부나 각 지자체, 교육청으로부터 교육 재정을 지원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사립학교 이사장의 인사권 남용, 형식적인 이사회 운영, 부적절한 회계 운영, 교육정책 비협조 등 사학의 문제점을 이번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말이 ‘내실화 계획’이지 사학재단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제주도교육청의 추진 방향은 그동안 진보쪽 전교조 측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사학의 자율과 자주성을 주장하는 보수쪽 교총이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제주교총)는 당장 “일부 사학의 문제점을 확대하여 전체 사학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재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추진계획이 행·재정 권한을 남용하는 횡포라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8개월 앞둔 상황에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가장 첨예한 교육 이슈가 지금 터져나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의 헌법질서와 그에 따른 법체계에서 ‘학교법인’과 ‘학교’는 그 법적 성질과 지위가 완전히 다른 별개의 존재다. ‘학교법인’은 그 본질이 민법 제43조 이하의 재단법인의 일종으로 사유재산권에 속하는 존재다. 따라서 사법의 일반 원리인 사적(私的) 자치의 법리가 적용되는 영역이다.

이에 반하여 ‘학교’, 즉 사립학교는 그와 같은 학교법인이 출연재산으로 설립한 인적·물적시설로 사회적으로 유용한 교육과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는 원래 국가와 지역사회가 수행해야 할 일을 일부 대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보수쪽 주장은 제주도교육청의 ‘교육의 공공성’ 운운은 바로 ‘학교’의 활동과 목적에 타당한 명제이지 ‘학교법인’에 들이댈 잣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사학윤리강령은 “사학을 위하여 제공된 재산은 국가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유물같이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지금 이 시대가 사기업에게도 보다 높은 투명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기업보다 훨씬 공공성을 가진 사학기관이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은 옳다. 우리 법체계와 사학윤리강령이 충돌하는 모양세지만 우리 사학도 이제는 보다 더 높은 윤리와 투명성을 구현해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내 사학기관은 이 계획의 추진에 앞서, 서로 깊은 소통의 장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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