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변경혜 기자] 국정감사를 통해 전 정부에서 이뤄진 국정농단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들이 추가로 밝혀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강서구갑)은 2013년 CJ의 케이블채널 OCN에서 돌연 제작중단된 임찬익 감독의 드라마 ‘처용’ 이야기를 얼마전 알렸다. 전 정부에서 그토록 싫어했던 배우 문성근씨가 주요인물로 등장해 청와대에서 CJ측에 압력을 행사했고 5회차까지 촬영하고 편집을 마무리했던 임 감독은 CJ측의 일방적 계약파기로 눈물을 감추며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배우 문씨를 중도하차시키고 편집에서 다 빼라는 것이 CJ측의 요구였고 임 감독이 이를 거부하자 둘이 한꺼번에 낙마한 것이다.
배우 문씨는 “그냥 나만 빼고 진행하지….”라며 미안해했다고 임 감독은 전하며 “이제라도 이렇게 사실이 알려져 명예가 회복되고 주변에서 응원하는 전화를 해줘 힘이 난다”고 말했다.
전체 10회 분량중 7회 분량을 임 감독이 제작키로 했던 드라마는 이듬해 배우와 감독이 교체되고 재촬영과 재편집을 거쳐 방송됐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같은 상임위에선 26년째 진위논란을 일으키는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도마위에 올랐다. 천 화백은 작품 하나하나를 ‘자식’이라며 2015년 눈을 감을 때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인도’는 가짜라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최광진 이미지연구소장은 국감증인으로 출석해 천 화백의 말을 뒷받침하는 주장을 내놓으며 진위논란의 뒤엔 ‘저작권등록’ ‘국립현대미술관의 권위’가 작용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내놓았다.
촛불혁명으로 전 정권이 지고 새정부가 들어서고, 적폐청산을 놓고 여야의 끊임없는 싸움을 보며 임 감독의 4년과 천 화백의 26년,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된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