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T 살충제, 제주는 안전지대인가?
DDT 살충제, 제주는 안전지대인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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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유럽에서 시작한 살충제 파동이 국내산 계란으로 확대되더니 맹독성 살충제인 디디티(DDT)까지 검출되면서 계란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고 있다. 이어서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까지 발생하면서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 케모포비아(chemophobia)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된 디디티 살충제는 에스트로겐 작용을 일으켜 수컷을 암컷으로 변화시키는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체내 세포막의 호르몬 수용체에 디디티가 결합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하여 내분비계를 교란시킨다. 그 결과 수컷의 정자수가 감소하고 생식능력이 감퇴한다. 또 발암성을 띠고 있어서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친지질성이라서 일단 체내에 흡수되면 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계속 체내에 축적되어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디디티는 알레스카에서 거주하는 평생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 에스키모인의 모유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또 디디티를 한 번도 구경해본 적이 없는 산모의 태아에서도 검출되었다. 일반적으로 토양 내의 디디티는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15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디디티가 뿌리를 통해 식물에 흡수되거나 강과 바다로 흘러내려 동물의 체내로 흡수되면 생체 내에서는 전혀 분해되지 않고 길게 잔존하게 된다. 이처럼 먹이사슬을 따라 생체 내로 흡수되어 오랜 기간 분해되지 못한 디디티가 여전히 우리 생활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1960~1970년대를 살았던 세대에게 디디티는 아련한 추억의 물질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이’를 퇴치한다는 이유로 여학생 머리에는 하얀 디디티 분말을 마구 뿌렸다. 군대에서는 내복 겨드랑이와 가랑이에 디디티 주머니를 매달고 다녔다. 그리고 겨울철이면 희미한 전등불 밑에서 내복을 벗어 밀가루 같은 디디티 분말을 곳곳에 뿌렸던 장면들을 기억할 것이다. 또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겨울을 나기위해 우영밭에 심어놓은 무와 배추 잎에도 여지없이 이 흰색 분말이 뿌려졌고, 농부들에게는 풍성한 수확을 보장하는 꿈의 농약이었다.

우리는 매일매일 화학물질의 홍수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치약, 비누, 샴푸, 린스로 씻고 스킨, 로션, 화장품을 얼굴에 바른다. 합성섬유로 된 옷을 입고 합성세제로 빨래하고 그릇을 씻고, 또 생활용품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며 휴대폰, 컴퓨터 등의 전자제품 재료 역시 화학물질이다. 그리고 종일 페인트, 합성수지, 바니쉬 등으로 도포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플라스틱과 합성 시트로 내장된 자동차를 타서 퇴근하면 모노륨이 깔린 바닥에 누워 잠을 잔다.

이처럼 우리 주변은 온통 화학제품이고 모든 생활공간에서 화학물질을 접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제품의 원료물질은 체내로 흡수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해롭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더욱이 디디티는 이러한 화학물질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기준치 이상을 흡수할 경우 감각이상, 마비, 경련 등의 급성독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디디티의 위해성은 미국의 해양 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에서 알려지게 되었고, 미국에서는 1972년에 사용을 중단하였다. 우리나라에도 농토에 다량으로 뿌려졌지만 1979년에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고 지금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38년이 지난 최근에 그것도 친환경 달걀에서 새롭게 검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덕도에서 살고 있는 쥐에서 여전히 디디티가 다량으로 검출되고 있다. 그리고 오래 농사를 지어온 토양에서 미량으로 검출되기도 한다. 제주지역 역시 여느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1970년대까지 많은 양의 디디티가 뿌려졌다. 그래서 제주지역만이 예외일 수 없고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제주 토양에서도 디디티 잔존 여부를 점검하고 적절한 관리방안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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