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보다 일을 중시하는 사회를 지향하며
일자리보다 일을 중시하는 사회를 지향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2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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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한.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 사회학박사 / 논설위원

[제주일보]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자신이 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겨 생활해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이 하는 일에 주어지는 보상(임금, 승진 등)이나 근로여건이 좋지 않더라도 일 자체가 좋아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될까? 현재 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겨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고용 및 노동시장에서 경쟁, 교환, 보상 그리고 경제적 합리성의 원리가 작동하면서일 자체보다는 그것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 가치와 보상을 보다 중요시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일을 원하는 사람들은 일(노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보상을 더 많이 받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일(노동)은 자본시장과 대비되는 영역으로 귀착되면서 노동자의 삶을 유지시켜주는 방식으로 자리매김돼버렸다.

그래서 노동시장에서 일(노동)은 여기에 주어진 경제적 가치와 보상에 따라 일의 평가 선호도가 달리 나타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우리사회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어 왔다. 그동안 압축경제성장 과정 속에서 국가-자본연합체제가 공고히 되면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자본연합체제의 변화가 예상된다. 왜냐하면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 차별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를 국정과제로 선정하여 구체적 정책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장년과 청년세대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여전히 강하게 고착되어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속에서 일(노동)이 일자리로 환치되면서 비정규직 일자리는 고용불안,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차별 등으로 특정화되어 있고, 반면에 대기업(혹은 공기업, 공무원)의 정규직은 고용안정과 높은 임금이 보장되어 젊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좋지 않은 일자리, 혹은 선택하지 말아야 할 일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소위 좋지 않은 일자리 혹은 번듯하지 않은 일자리는 계층화와 차별적 의미가 내재된 채로 멀리해야 할 선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이나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의 성찬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소위 3D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은 허무맹랑하게 들릴 것이다. 일자리의 계층화가 계속 존재하는 한 일(노동)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사회에 좋은 일자리가 넘쳐나고 모든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를 원하면 가질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리사회는 이미 고용없는 성장단계에 접어들어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면 구직자들 간에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한다. 좋은 일자리 경쟁은 개인의 취업역량, 다양한 스펙과 노력 등으로 해결하는 범위를 벗어나 고용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안착되는 현실이다.

새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 차별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 국정과제가 노동과 자본이 상생․발전해 나가는 노동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시금석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사회가 차별적․계층적 의미의 일자리보다 일(노동) 자체에 가치와 긍지를 부여할 수 있는 노동문화가 정착되기를 소망한다.

오늘날 급격한 변화를 겪는 노동시장에서 어떠한 일(노동)을 해도 적정한 생계비가 보장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지나친 욕심일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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