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타령
촌놈타령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2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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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시인 / 다층 편집주간

[제주일보] 흔히 촌놈이라고 하면 ‘시골 또는 지방에 사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명칭이다. 이 말은 기본적으로는 시골 또는 지방 출신 및 거주자에 속하는 남자를 비하하여 부르는 명칭이었으나 나아가서는 산촌(山村)이나 농어촌 등에서만 지내오며 ‘도시 문명이나 문화 등을 전혀 모르는 단순무식한 사람’이라는 속뜻도 있으며 ‘행동이 우둔하고 촌스러운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왜 난데없이 촌놈타령인가 하실지 모르겠다. 나야말로 제주에서 태어나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는 나가 산 적이 없으니 촌놈 중의 촌놈인 셈이다.

그것도 해발 250m고지인 제주의 중산간이라고 불리는 마을에서 낳고 자라고 살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큰 길에서 버스를 내리면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산길을 10여 분 걸어 들어가야하는 대여섯 가구가 사는 가시나물이라는 마을이다.

요즘은 개발 바람을 타 제법 도로가 확장되고 공동주택들도 많이 들어와서 반농반도(半農半都)의 마을 분위기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집에 있으면 기계소음 하나 들리지 않아 봄이면 뻐꾸기 울음, 여름이면 매미 울음으로 시끄러울 지경인 마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서로, 남북으로 왕복 4차선 도로가 뚫리고 타운하우스가 들어와 예전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황량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는 시골 태생의 촌놈 얘기가 아니다. 생각이 세련되지 못하고 자기 영역에만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오랜 옛날부터 우리 제주도 사람들은 변방 중의 변방으로 망아지나 키우는 동네쯤으로 스스로 패배 의식에 젖어 자신들을 비하하면서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관광지로 개발되고 각광받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생활양식이 어느 순간부터 확연히 바뀌고 겉으로는 제법 세련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의식주 기본 생활부터 바뀌기 시작하더니 도시의 스카이라인마저 제주라 여기기 힘든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겉이 바뀌는 속도에 비해 생각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언어 표현만 해도 그렇다. 과학적 지식으로는 지동설(地動說)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어는 천동설의 입장에서 ‘해가 뜬다/진다’고 표현하고, 영어마저도 ‘sunrise/sunset’인 것을 보면 고정관념처럼 한번 각인된 것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으니 그리 탓할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가, 아직도 우리 제주도민들의 의식은 변방에 머물러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생각이 섬 안에 갇혀 있어서 수평선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외지인들에 대한 배타의식이 강하고 우리 제주를 우리나라의 변방으로 인식하는 일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본토 사람들을 ‘육짓것들’이라고 부르는 모습은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많은 외지인들에 대한 본능적 경계의식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경우도 본다.

언젠가 이 지면을 통해서 거론한 바 있는 공항 택시 기사들의 불친절도 같은 맥락에서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도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심지어 행선지를 묻지도 않아, 승객이 먼저 행선지를 말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들이 진짜로 불친절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외지인들에 대한 경계의식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제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런 시를 쓴 적이 있다.

‘섬에 사는 사람은 안다./제 공간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섬 어디를 가거나 수평선을 목에 걸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섬의 울타리를 벗어나 수평선을 넘어서는 순간/어쩌면 그들은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졸시, ‘바다에는 수평선이 없다’ 일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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