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의 평화 기원하며…마니차 '빙그르르'
모든 이의 평화 기원하며…마니차 '빙그르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1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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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동티벳을 가다 -(14)티벳 사람들의 성소를 찾아서<5>
야칭스 주변 사원마다 대형 마니차가 세워져 있다. 마니차는 불교 경전을 넣은 경통으로 티벳사람들은 이 마니차를 한 번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또 티벳사람들은 마니차가 돌아가면 경전의 불력이 세상에 퍼진다고 믿고 있다.

[제주일보] 우리의 당초 계획은 야칭스를 돌아본 후 또 하나의 불교학원인 오명불 학원(라릉가르 사원)을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깐즈 장족자치주 써다(色)현에 위치한 오명불 학원은 세계 최대 티벳 불교학원으로 쓰촨성과 칭하이성이 접경을 이루는 써다현의 고원산간 오지에 자리 잡고 있답니다.

1980년 티벳 고승인 직메 푼촉 린포체가 32명의 제자를 가르치면서 시작된 오명불 학원은 1990년대 이미 수행자가 1만명을 넘어섰고 현재 전 세계에서 3만7000여 명의 수행자들이 몰려 거대한 수행공동체로 성장했다는 곳입니다.

너무 거대한 종교집단이 되자 중국정부는 2001년 직메 푼촉에게 정식 직위를 주고 사원을 통제하려 했지만, 직메 푼촉은 이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결국 중국정부는 무장 경찰을 동원해 오명불 학원 내 사원과 도시를 파괴하고 스님들을 쫓아내기도 했다는군요. 이에 항의 법회가 지속되면서 주변 티벳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서양인들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이 해외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 후 닝마빠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캄지역 전체에서 시위가 빗발치자 중국정부는 오명불 학원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한족 출신 스님들을 종교 지도자로 따로 두는 조건으로 자치를 허용했었답니다.

이런 저런 조건을 내걸고 외부인 출입 금지는 물론이며 사원의 허락 없이는 사진 한 장도 찍을 수없는 곳이라는군요. 우리나라에는 모 방송에서 다큐멘터리 ‘캄 1000일의 기록’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외국인들도 찾아가기도 한다고 해서 계획을 세웠으나 우리가 도착하기 한 달 전 즈음에 그곳에서 집회가 열려 다시 사원을 다 헐어버리고 스님들을 쫓아내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외국인은 물론, 외부인들마저 출입을 막고 있어 갈 형편이 안 된다고 합니다. 정말 아쉽고 분통하군요. 야칭스와 오명불 학원을 보기 위해 그 멀고 험한 곳을 돌고 돌아 왔는데 하필이면 이 때에 맞춰 사건이 터졌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중국 여행 중 중국정부가 안 된다면 안 되는 일이 한 두 가지인가요. 특히 티벳지역은 더욱 그러한 곳이려니 하고 생각해야겠습니다. 하도 아쉬워 오명불 학원 근처에라도 갈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한 비구니가 라마 사원 벽에 놓여 있는 불화 앞에 앉아 불경을 읽으며 수행을 하고 있다.

아쉬운 이야기를 듣고 먼 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곳이 어떤 곳 인줄 아느냐’고 합니다. 야칭스 동쪽에 있는 민둥산입니다. 산 중턱에 타루초가 나부끼고 있는, 티벳 어느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저곳은 좀 다른 곳이라고 하네요. 저 산 중턱에 티벳의 정통장례 즉 천장(天葬)을 치루는 곳으로 매주 수·목·금요일에 장례를 치르는데 구경할 사람은 구경할 수 있다는군요.

티벳 사람들은 죽어서 시신마저도 신을 위해 또는 다음 세대를 위해 바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 오는 도중 한 휴게소에 들렸을 때 그곳에 천장하는 사진을 전시하고 있어 관심 있게 보고 왔는데 막상 그 현장을 보겠느냐는 이야기에는 확실히 답하기가 어렵군요. 상당히 비위가 강한편이라 자부하고 있지만 그 현장을 보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천장을 하는 시간도 아닙니다. 괜한 소리 해보는 거겠지요.

조금 전 야칭스에서 만난 수행하는 비구니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섰으나 나도 모르게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저 언덕에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야칭스에서 돌아와 밤새 꿈을 꾸었습니다. 야칭스에서 만난 비구니들과 어울려 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참으로 기이한 꿈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서도 한참 동안 어리둥절해 꿈인가 생시인가 어둠 속을 헤매는 것 같더군요. 너무 지나치게 야칭스를 생각한 때문인가요. 여러 곳을 다녀왔는데 왜 야칭스에 대한 관심을 크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비구니들에 대한 생각이 너무 깊었나 봅니다.

야칭스가 외부에 알려진 것이 불과 30년 밖에 안 돼서 인지 뭔가 다른 신앙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앙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저 자신이 그들의 세계를 보면서 느낀 점은 ‘신은 무엇일까?’ 입니다. 평생을 부처님의 사상을 따르며 수행하는 비구니들을 보면서 그들만의 신앙심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나는 무엇일까? 참 나는 누구일까? 참 나를 찾기 위해 손으로 염주와 마니차를 돌리며 온 세상 모든 사람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티벳사람들의 마음을 언제면 알 수가 있을까요.

야칭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이 원고를 쓰고 있는데 아주 가슴 아픈 소식이 메일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우리를 야칭스까지 안내해 준 정 선생이 최근 그곳에 다녀와 전하는 소식인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노(老) 비구니가 마니차를 돌리다 잠시 앉아 쉬고 있다.

“아무래도 선생님들께서 야칭스를 본 마지막 투어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쉽게도 중국정부에서 야칭스에 있는 사원을 허물고 (오명불 학원처럼) 승려들도 현재 기준 2000명 가량을 쫓아냈다고 합니다. 허물어낸 라마 사원에는 관광안내소를 만든다고 하네요. 그곳에 정치적·사회적 문제가 있었는데 승려들이 대규모 집회를 갖고 데모를 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핑계 삼아 주정부에서는 이렇게 놓아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아예 승려들이 모여 있는 집단 수행촌(야칭스·오명불 학원)을 없애려고 하는 듯합니다. 많이 안타깝죠. 소수 민족이기에 힘도 없고 목소리도 못내구요. 현재 외국인은 접근 불가. 그곳 승려들은 큰 박해를 받고 있으며 상징적인 사원은 허물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운 티벳소식을 전합니다.”

메일을 보고 나자 갑자기 멍해지더군요. 순수한 삶을 살며 오직 부처님을 사랑하는 야칭스의 그 비구니와 비구들, 그리고 티벳 사람들은 자신보다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살고 있는데 무엇이 그들의 깊은 신앙심을 짓밟는 것일까요.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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