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빛바랜 청사진
제주해군기지, 빛바랜 청사진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7.10.18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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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태형기자] 문재인 정부의 제주해군기지 구상권 청구 철회 방침과 관련해 일부 보수 야당에서 ‘안보 위기 논리’를 앞세워 반대하는 최근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현장 등에서 취재해온 일련의 사안을 정리해본다면 다시 제주해군기지를 놓고 정치권에서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은지 우려가 큽니다.

보수 야당 일각에서의 주장은 충분히 이해하고 싶습니다만 그 대가로 도민들이 떠안게 될 해묵은 갈등에 대한 상처들은 과연 누가 위로해주고 보상해줘야 하는지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문하고 싶을 뿐입니다.

도민들은 지금에 와서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거나 배척하고 싶은 생각보다는 10년 넘게 이어져온 해묵은 갈등의 고리를 끊고,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해군기지를 인정하면서 힘들겠지만 보다 발전적인 상생 관계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첫걸음으로 구상권 청구가 철회되기를 바라고 있는 거죠.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확정한 배경에는 ‘대양해군’이라는 정책 기조가 있었습니다. 자주국방을 위한 대양해군의 방향성과 그에 따른 해군기지 건설의 불가피성은 인정합니다. 그 당시 상당수 도민들 역시 ‘안보’라는 측면에서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당시 국방부와 해군은 ‘안보’의 불가피성보다 ‘경제’ 파급효과를 먼저 앞세웠습니다. 지역 주민 일자리 3000개 증가로 도내 대학생 취업난 해소에 도움이 되고, 건설업 활성화와 농수축산품 판로망 대폭 확대는 물론 호주 시드니와 같은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걸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군이 추산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무려 2조원 이상으로, 매년 2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총 사업비 9700여 억원이 투자된 국책사업 규모 상 경제적 파급효과는 당연합니다만 도민들의 직접 체감도는 어떨까요?

대학원에서 지역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했던 경험 상 해군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말 그대로 과도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일례로 ‘기지 운용 및 소속 장병의 인건비 지출 규모의 40% 효과(660억원)’와 ‘연간 부대 운영비 80% 규모 지출 효과(220억원)’, ‘민군 공동이용시설 건립(700억원)’, ‘인구 유입에 따른 교육수준 향상 및 지역상권 활성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봅니다.

여기에 연간 1000만명 이상의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는데, 해군기지를 보기 위해 제주에 오는 관광객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렇다고 해군이 제주를 ‘한국의 시드니’처럼 만들기 위해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가요?

물론 해군기지 구상권 청구 철회 문제와 해군기지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직접적으로 연관시켜 거론할 사안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10년 전에 국방부와 해군이 약속처럼 되풀이하며 얘기하던 경제적 효과를 체감하는 도민들은 거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남은 것은 깊을 대로 깊어진 갈등의 골과 이에 따른 지역 공동체 붕괴 등으로, 계속해서 정치권에서 정략적으로 이용만 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김태환 지사 당시 제주해군기지 명칭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바꿨습니다. 제주도민과 해군이 상생하는 아름다운 민군복합항으로 조성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아 어렵게 정부에서도 명칭을 바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생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둔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은데, 아물기는 쉽지 않겠죠.

그래서 지금 제주해군기지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양해군의 취지를 살리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민군복합항으로 나가기 위한 상생 발전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구상권 청구는 철회해야 한다는 제주도민들의 심정을 해군과 정치권은 명심해야 합니다. 그 출발점에 민군복합항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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