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조폭' 관리시스템 마련해야
'동네조폭' 관리시스템 마련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15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우리는 ‘조폭’이라면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형님”하고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영화 속의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검찰과 경찰이 조직폭력에 대해서는 수사역량을 집중해 관리하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그들과 부딪치는 일이 거의 없다. 가끔씩 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조직폭력배 뉴스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정작 시민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이런 조직폭력배가 아니라 ‘동네조폭’들이다. 오랫동안 일정지역에 거주하면서 온몸에는 괴기스런 문신을 새기고 자신의 전과 기록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며 무전취식, 주취행패를 일삼는 이른바 ‘양아치’들이다.

시민들은 신고를 하고 싶어도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 피해 신고를 꺼린다. 신고를 하여도 대부분 경미한 범죄이므로 구속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보복이 두렵다. 경찰이나 검찰도 조직폭력배를 검거해 ‘한 건’을 올리기를 바라지 이런 양아치를 검거해봐야 ‘0.1 건’도 안 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

동네조폭들은 이런 맹점을 이용해 지역주민들을 등쳐먹으면서 무법자로 군림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붙잡힌 동네조폭은 2014년 108명, 2015년 82명, 지난해 144명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이런 양아치들이 시민들을 괴롭히는 일이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12일 오전 2시10분쯤 제주시 삼도동에 있는 한 식당에서는 양아치 2명이 손님을 때리고 영업을 방해하다가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이보다 앞선 7월 23일에는 제주시내 동네 주점들을 돌아다니며 상습적으로 무전 취식하던 양아치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동네조폭이라 부르는 이런 양아치들은 무전취식과 금품갈취, 폭행, 협박 등을 일삼으면서 사실상 시민을 괴롭히는 정도를 보면 조직폭력배보다 더 심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직폭력배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과 검찰이 아직까지 체계적인 제도적 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좀처럼 뿌리가 뽑히지 않고 있고 사후 대책도 진행되지 않아서 재범 비중도 높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경찰청의 검거 건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우리도 모른 사이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모른다.

경찰과 검찰은 시민들의 피해 신고만 기다릴 것이 아니다. 대대적인 내사를 통해 시민들의 억울한 피해사실들을 파악해 이 무법자들을 척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의 적극 신고를 유도하는 한편 신고 시민과 업소에 대한 보호를 철저히 하여 동네조폭들에게 다시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대로 된 사후관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