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한화’. 지난해 한화 이글스가 한국 프로야구 흥행을 주도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한화는 지난해 전반기 내내 상위권에 머물면서 지난 6년간 음지에 있던 한화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았다. 한화돌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한화 야구가 중독성이 강한 마약과도 같다는 의미로 ‘마리한화’라는 말이 생겼다.
비록 6위로 지난 시즌을 마쳤지만, 한화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마리한화’의 원천은 바로 ‘야신’ 김성근 감독(73)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가 김 감독을 영입한 가장 큰 이유는 김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꼴찌 팀의 구세주는 김성근 뿐’이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컸다.
김 감독은 과거 SK 감독 때 3차례나 한국 시리즈를 재패했다. 만년 백업 멤버들에게 1대 1레슨을 통해 희망을 불어 넣었다. “필요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는 명언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모았다.
한화 또한 김 감독에게 당장의 성과보다는 그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화선수들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나길 기대했다. 결국 김 감독 카드는 주효했다. 한화의 재기는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흥행 경연장’으로 몰아 넣었다.
#제주일보가 제주도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신문임이 입증됐다. 우리나라 대표적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조사결과 제주일보는 제주도민 응답자의 25.3%의 지지로 도내 지방지 가운데 가장 높은 신뢰를 얻었다.
리얼미터는 올 1월 5일부터 8일까지 제주도민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리얼미터의 지난해 10월 조사에선 한라일보가 19.3%로 1위, 제주일보는 17.7%로 2위를 기록했다. 신뢰는 두말할 나위가 없이 한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신문이 신뢰를 받으려면 ‘정직함’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사회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옳음은 빛을 잃게 마련이다. 언론에서 신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다. 일찍이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이 공자다. 너무 잘 아는 공자와 그의 제자 자공과의 대화에서 자공이 “정치의 참된 길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음식이 풍족하고 군비가 넉넉하며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자공이 그 셋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며 무엇인지 묻자 공자는 제일 먼저 군비를 꼽았다. 그다음에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바로 설 수 없다”(民無信不立)고 했다. 기원전 500년, 지금부터 2500년이 넘는 과거에도 이처럼 신뢰가 사회가치의 중심이었다.
#올해 창간 71주년을 맞는 제주일보는 그 긴 기간만큼이나 질곡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새 출발한 제주일보는 당시 사설에서 밝혔듯 ‘진실 앞에 솔직·진솔한 신문’을 지향한다. 지난해 개봉됐던 영화 ‘인턴(The Intern 2015). 불과 1년 반 만에 전업주부에서 200명 넘는 직원을 거느린 성공신화를 이룬 젊은 최고 경영자(CEO) 줄스(앤 헤서웨이) 회사에 70대 시니어 인턴 벤(로버트 드니로)이 들어온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줄스. 그래서 처음에는 서로 불편해 한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벤이 슬기롭게 극복할 방법을 알려주게 되고 결국 줄스는 벤을 신뢰하게 된다. 연륜과 여유가 있는 벤에게서 줄스는 삶의 지혜를 배우며 성장하게 된다.
이 영화는 젊은 세대와 부모세대, 그리고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생기는 간격을 신뢰를 통해 좁히고, 삶의 지혜까지 나눠주는 ‘진짜 어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신뢰는 세대 간 간격을 좁히고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동질성을 도모함으로써 결국에는 구성원 모두에게 행복과 만족을 안기게 된다.
제주일보가 도민들로부터 가장 신뢰 받는 신문인 것은 사사로움에 연연치 않고 대범하게 언론본연의 길을 가고 있는데 따른 사필귀정이다. 더 당당하게, 더 옹골차게 나가라는 제주도민들의 채찍이고 응원이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