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와 함께하는 삶 '경외감'
부처와 함께하는 삶 '경외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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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동티벳을 가다 -(13)티벳 사람들의 성소를 찾아서<4>
대법회가 시작되기 전 광장에 모여 앉아 있는 스님들이 마니차를 돌리고 염주를 굴리며 경전을 읽으면서 큰 스님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일보] 히말라야 고산지대 은둔의 땅에 꽃피운 티벳불교, 대승불교의 전통에 따라 밀교수행을 기반으로 하는 티벳불교는 베일에 가려져있는 신비함 그자체인데 야칭스는 티벳불교를 대표하는 성지이자 최대 수행처라고 합니다.

1956년 중국 침공 당시 이곳의 불교사원 대부분이 파괴되고 30여 곳만 남았고 이마저도 1959년 라싸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란과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티벳 불교지도자들이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하면서 잿더미가 됐답니다. 야칭스는 티벳불교의 성지임에도 중국에 편입된 곳으로, 중국의 탄압속에 허락된 수행지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야칭스는 티벳불교 종파 가운데 닝마파에 속하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성지입니다. 간쯔장족자치주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갖춘 종파로 스님들은 붉은 가사와 모자를 많이 착용해 홍모교(紅帽敎)라고도 부른답니다. 붉은 옷을 입은 비구와 비구니들이 모여앉아 마니차를 돌리고 염주를 굴리며 입속에선 경전을 읽거나, 땅바닥에 엎드려 기도를 하고 있군요.

한 어린 비구니가 사진을 찍는 나를 보자 손으로 V자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듯해 반갑다.

한 어린 비구니가 둥근 사탕을 맛있게 빨아 먹고 창파(티벳 보리가루)를 가지고 부처상을 만들다 사진을 찍는 나를 보더니 V를 그리며 활짝 웃음을 보이는데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나이가 많은 비구니들은 카메라를 보자 손사래를 치며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합니다.

나는 지금껏 이렇게 많은 스님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처음 봐서 인지 모든 것이 신비스럽기만 해 여기저기 생각할 겨를 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카메라 화인더를 통해 본 그들의 표정에서 신앙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군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 질 것 같이 하늘이 어두워지고 흙먼지가 날리며 거센바람이 한바탕 몰아쳐도 꿈적 않고 앉아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요.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비구니들이 몰려오는군요.

바람에 날리는 먼지 속을 뚫고 승용차 한 대가 오더니 앉아있던 비구니들이 모두 일어나 차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절을 합니다. 오늘 법문을 하기 위해 한 스님이 내리자 모두가 경의를 표하며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고 싶어 스님 쪽으로 몰려가는 군요.

기다리던 법문이 시작되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조용히 흘러나오는 스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너무도 진지합니다.

고원에 흙먼지 바람이 불어 오는 등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비구니들이 큰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모여 앉아 있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당초 이곳에서 1박을 할 계획이었는데 무슨 사정이 있는지 다른 도시에 가서 자야 한답니다. 당초 계획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군요. 내일 새벽에 야칭스 스님들의 아침 생활 모습을 많이 기대했는데 생각대로 안 되는군요. 모든 여행이 그렇지만 특히 티벳여행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는 곳이라니 ‘어쩔 수 없지’하고 현지사정을 이해해야죠.

돌아서 나오는데 영 발길이 안 떨어집니다. 스님들이 살고 있는 쪽방을 두리번거리며 가고 있는데 우리 일행 몇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스님들이 모여 있는 곳을 못 봤다 해 일행들을 데리고 다시 법문하는 곳을 찾았습니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진지한 모습입니다. 날씨는 더 나빠지는데도 자리를 뜬 비구니는 한 명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한 노(老) 비구니가 팔에 링거를
꽂은 채 앉아 법문을 듣고 있다.

이젠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강을 건너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공동변소도 둘러보고, 언덕을 오르면서도 마음은 저 쪽방촌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부처의 사상을 따르며 수행하는 비구니를 보면서 그들만의 신앙심이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참 나를 찾기 위해 어린 비구니부터 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노(老) 비구니까지, 그들의 손과 입에선 항상 부처의 진리를 탐구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조금전 야칭스에서 만난 수행하는 비구니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섰으나 나도 모르게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저 언덕에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옴마니 반메훔.’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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