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흐르는 마을, 매년 여름밤이면 황홀한 반딧불이 향연
별 흐르는 마을, 매년 여름밤이면 황홀한 반딧불이 향연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10.11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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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맑은 물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진 제주시 한경면 청수(淸水)리는 제주 서부 중산간의 비옥한 땅을 찾아들어온 사람들에 의해 약 350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청수리 마을 전경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제주일보=부남철기자] 제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주의 마을들은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조상 대대로 마을을 지켜온 주민들과 제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제주행을 택한 이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마을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본지는 새로운 공동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제주의 마을을 찾아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들어본다.【편집자 주】

40대 이상이면 어린 시절 여름밤이면 어두운 하늘을 수놓던 반딧불이를 잡으려고 쫓아다녔던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반딧불이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제주의 한 마을에서는 매년 여름밤이면 ‘황홀한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맑은 물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진 제주시 한경면 청수(淸水)리. 이 마을은 제주 서부 중산간의 비옥한 땅을 찾아들어온 사람들에 의해 약 350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지명의 유래에 대해 강대흥 청수리 노인회장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과거 웃뜨르는 물이 귀했기 때문에 맑은 물이 필요하다는 소원을 담아서 청수라고 마을 명칭을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와 같이 물이 귀한 청수리가 이제는 제주의 귀한 보물이 되고 있다. 65만여 평의 청수곶자왈 탐방로 입구에 있는 팻말과 같이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곳, 별 흐르는 마을’이 됐다.

청수곶자왈의 청정한 환경을 보여주는 ‘운문산반딧불이’는 깨끗한 환경에서만 발견되는 대표적인 환경지표종이다.

운문산반딧불이는 불빛을 드러냈다 감췄다를 반복하는 점멸성 발광이 국내에 서식하는 반딧불이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이 운문산반딧불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장소가 청수곶자왈이다.

65만여 평의 청수곶자왈 모습

청수곶자왈은 마을공동목장에서 사육하던 소와 말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목장길을 그대로 탐방로로 활용하고 있다. 가축이 오갔던 길을 사람이 거닐며 자연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이다.

울창한 산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온 몸으로 느끼며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청수곶자왈은 올레 14-1코스로 알려지면서 많은 탐방객들이 찾고 있다.

탐방로를 따라 숲으로 들어서면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거친 바위틈으로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마치 열대우림의 나무들처럼 뿌리가 기괴한 형상으로 자라며 탐방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숲 안으로 더 들어가면 환경부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된 개가시나무가 우뚝 솟아있고 녹나무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으며 이 사이를 말들이 여유롭게 거닐고 있다.

청수곶자왈에서는 승마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인근에 위치한 승마체험장에서 말을 타고 곶자왈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탐방로 중간 지점에는 청수곶자왈의 자랑인 운문산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는 조망대가 조성돼 있다. 운문산반딧불이는 6월 장마가 시작되면 모습을 드러내 7월 말까지 활동하는데 수만마리의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며 비행하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지난 6월에는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를 개최해 하루 1000여 명의 관람객이 마을을 찾기도 했다.

청수리 주민들은 이런 곶자왈을 보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영국 청수리장은 “곶자왈과 반딧불이를 보호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해설사로 나서 관람객들을 조절하고 있다”며 “관광상품화가 아닌 청정 환경을 보전하고 이를 통한 청수 농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수리는 이미 2007년에 녹색농촌마을을 표방해 체험농장과 공동재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한 ‘청수7체험마을’사업과 청수물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서 말고기 음식체험, 마(馬)제품 가공 판매를 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부녀회원들이 모여 ‘착한먹거리사업’에 뛰어들어 야생화를 채취하여 압화 공예체험, 야생초 장아찌 생산과 판매에 나서고 있다.

향우회원과 주민들이 힘을 모아 웃뜨르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청수승마체험학교를 체험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을 인정받아 청수리는 2012년 대한민국농어촌마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청수리 주민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농촌마을’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청수곶자왈의 자랑인 운문산반딧불이.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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