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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1년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10.11

[제주일보=부남철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세 군데서 선물을 받았다. 가장 부담스러웠던 선물은 부모님이 주신 건강식품이었다. 연로하신 부모님으로부터 건강식품을 받으면서 정말로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거절하지도 못하고….

제일 마음 편하게 받은 선물은 회사에서 준 선물이다. 제수용품으로 사용하라고 준 돼지고기와 제주로 사용하라고 준 소주를 마련해서 전 직원들에게 전달했는데 집에서 아주 좋아했다.

이 가운데 가장 신경 쓰인 선물은 얼마 전부터 친해진 분이 주신 문화상품권이었다. 아이들에게 주라고 문화상품권 다섯 장을 주셨는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서 말하는 업무 관련성이 없는데도 괜히 신경이 쓰였다. 이번 추석에 기자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달 28일로 청탁과 접대가 일상적이던 공직사회 문화를 근본부터 바꾸고자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김영란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김영란법’은 공무원·교직원·언론사 임직원 등 약 400만 명에 적용된다. 접대 비용은 식사 3만 원·선물 5만 원·경조비 10만 원(약칭 3·5·10)을 넘지 못한다. 2011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국회 입법과 유예 기간을 거쳐 5년 만에 시행됐다.

식당업계, 축산농가, 화훼농가 등이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며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초기 우려와 달리 법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모습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10일 여야 4당 원내대표와 정례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각 당 원내대표들에게 국정감사 도중 피감기관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과거 기자가 국회를 출입하던 시절에는 여의도 식당가는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환호(?)’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국회의원과 보과진, 심지어 기자들까지도 피감기관으로부터 대접을 받았다.

이런 모습이 사라진 것은 지난해 ‘김영란법’이 통과된 직후 열린 국정감사에서부터였다고 생각된다. 정 의장이 당부는 혹시나 느슨해질 수 있는 ‘갑’들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한다.

한편 국회에는 현재 ‘3·5·10’인 접대 한도를 ‘식사 10만 원·선물 10만 원·경조비 5만 원(약칭 10·10·5)’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정부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앞장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아직 우리 사회의 청렴 문화가 확실히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올해 1월 발표한 2016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176개국 중 52위였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국 중에는 29위였다.

그런데 지난 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이 ‘김영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2013년 이후 금품 및 향응수수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가 적발된 사례가 6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금품이나 향응수수로 적발된 해수부 본부 소속 5급(사무관) 이상 직원들만 20명이나 됐다.특히 ‘김영란법’ 시행 이후 위반 사례도 2건이나 적발됐다.

이런 모습은 이제 겨우 기틀이 잡혀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청렴 분위기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할 만하다. 하지만 이 법 시행 이후 위기에 처한 식당업계와 농가들의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법은 시대의 산물이다. 부패척결이라는 근본 취지를 흔들지 않는 한도 내에서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참 올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많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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