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열쇠는 마을 리더…‘유지’가 아닌 ‘CEO’가 되자
혁신의 열쇠는 마을 리더…‘유지’가 아닌 ‘CEO’가 되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1.1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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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2016년 병신(丙申)년 새로운 아침의 문이 열렸다. 지난 한 해 너무나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감동과 만족을 기대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농촌마을 곳곳에서는 수확하지 못한 감귤과 월동작물의 가격지지를 담보하기 위한 소리 없는 안타까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해마다 이즈음 대부분의 마을들이 새로운 마을 대표(이장)를 선임하는 시기라 다양한 형태의 진통을 겪는다. 선임방법 또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마을 원로들 또는 전형위원들의 호선 또는 추천에 의한 선임 또는 총회 참석 구성원 중 무작위 투표를 통해 최다 득표자가 대표가 되는 방식이 있다. 그리고 복수의 후보가 이장 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 기간을 주고 주민들의 투표로 선임하는 후보경선도 있다.

최근 일부 마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마을들이 경선에 의한 마을 대표를 선임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투표에 의한 대표 선출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으나 작은 농촌마을 공동체에서는 이웃 간 갈등을 야기시키고 파벌을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도에서 마을대표는 이장으로서의 직위 이상 그 무엇인가가 작용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에 우리네 마을 대표(구장 또는 이장)는 주어진 임기 동안 마을의 대표성을 뛰어넘어 마을의 가치 또는 존엄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유지’라는, 계급 아닌 계급처럼 분리해서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의 마을 대표는 과거의 마을 대표와는 개념이 다르다.

필자가 내륙지방의 또는 제주도의 마을 대표들에게 강의할 기회가 있을 때에 그들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마을 대표는 마을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마을 발전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하는 사람.’

과연 그럴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진정한 희생과 봉사는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왼손이 하는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 희생과 봉사일 것이며, 어떠한 반대급부를 전제하지도 요구하지도 않는 것이다. 과연 우리 농촌마을의 대표들이 그렇게 하고 있을까?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충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제 마을 대표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마을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이 마을을 위한 희생과 봉사가 아니라 마을의 백년대계를 위한 나의 경험과 열정 그리고 시간과 역량을 투자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전환돼야 한다.

투자는 반드시 결과로 나타난다. 마을 대표들이 제대로 된 투자를 했을 때는 마을의 가치 함양과 이미지 제고, 더 나아가서 역동적이고 발전 지향적인 마을의 모습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마을에 다양한 갈등 요인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제 마을 대표는 주어진 시간(임기)동안 마을의 상징적인 대표가 아니라 마을을 경영하는 CEO가 돼야 한다. 마을 발전을 위해 주민들은 무엇을 해야하며, 넘치는 것은 무엇이며, 모자라는 것은 어떻게 채울 것인가. 더 나아가서 왜 마을 사업을 해야 하며,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라는 분명한 철학과 명제를 정립해 마을주민들과 교감해야 진정한 마을 CEO가 될 것이다.

우리는 2000년대 이후에 상향식 사업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마을 가꾸기 또는 만들기 사업을 진행해 왔다.

짧은 시간 동안에 수많은, 다양한 사업을 유치해 진행되고 있거나 준공이 됐다. 그러나 사업의 수만큼이나 많은 시행착오와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 대표 임기가 2년 또는 3년이다. 2~3년에 한 번씩 마을 대표가 바뀌는 셈인데 이것이 어쩌면 오늘날 농촌마을들의 발전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 볼 필요가 있다.

즉, 리더의 잦은 교체는 마을 사업의 지속성·연속성을 담보 할 수 없다는 딜레마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농촌마을들은 내륙지방의 농촌마을에 비해 인구 구성이 상대적으로 ‘매머드급’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농촌마을이 중앙정부 사업 또는 지방정부 사업 공모에 응모하는 이유는 마을이 보유한 환경, 생태, 경관, 농산물 등을 활용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소득 증대를 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 전체를 마을 대표가 관장·지휘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부터 전국의 농촌체험휴양마을사업자로 지정받은 800여 개의 마을을 대상으로 등급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제주도의 사업자지정마을들도 예외는 아니다. 체험·숙박·서비스·경관·음식 등 다양한 부문에서 1등급을 받고, 마을 소득(순수익)이 1억원 이상 되는 마을을 ‘으뜸촌’으로 선정했다. 아쉽지만 제주도내에서는 단 한 곳도 선정되지 못했다. 선정 마을 대부분은 주민 수가 60~70명 내외로 규모가 작았고 1명의 마을 대표가 10년 이상 마을 경영을 해왔다.

도내에서도 가능성이 보이는 마을이 있다. 바로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다.

낙천리는 특별한 자원이 없음에도 오늘의 낙천아홉굿의자마을이라는 마을 가치를 창출했다. 이 같은 성과는 마을 대표 1명(당시 이장 조시홍)이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마을을 위해 열정을 바쳤고, 후임 대표들도 그 사업들을 발전시킨다는 철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것은 물론 도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마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마을 규모가 큰 곳은 마을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마을 사업을 포기 할 수는 없다.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나의 예로 작년 제주시 마을만들기추진팀에서 발굴·추진했던 소규모공동체활성화 사업을 들 수 있다.

사업비의 규모를 떠나서 같은 공간 안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같은 소규모공동체가 사업의 이해도와 참여도를 높이면서 지속가능한 사업들을 꾸려나감은 물론 주변 파급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을 사업들도 시스템을 보완해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로드맵을 재구성함이 어떠할까? 마을 대표들이 마을을 바라보는 관점에 전환점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더불어 마을 대표는 물론 차기 리더그룹에 대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역량 강화 사업과 학습이 전제됨은 물론이다.

흔히 ‘사람이 자원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1회성, 단기간 교육으로는 되지 않는다. 사람을 갈고 닦는 과정이 끊임없이 진행되지 않으면 결국 사람도 빛을 보지 못하는 묻혀진 자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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