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숨비소리 제주
문학의 숨비소리 제주
  • 김명진 기자
  • 승인 2017.10.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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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제주동서문학회장

[제주일보] 위 제목은 이달 13일부터 2박 3일간 제주시 모 호텔과 목관아에서 개최될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의 슬로건이다. 전국에서 잘 알려진 40여 명의 작가들이 제주문인들과 어우러져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이야기의 장이 펼쳐진다. 제주시가 문학이라는 예술의 색을 입혀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주최하고 있다. 다섯 세션으로 나눠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의 문학적 담론들도,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시종 시인의 기조강연도 기대가 된다.

오는 14일 제주목관아에서 울려 퍼질 문학콘서트의 울림은 가슴을 쓸어내려줄 것이다. 이 가을에 독특한 형형색색의 소담스러운 시(詩)의 노래들이 가슴을 설레게 해주리라…. 또한 20여 문학동인 단체와 제주시 관내 도서관들이 각자 나름대로 준비한 북카페와 제주시민 백일장도 흥미를 돋워 주리라 생각된다.

더욱이 이번 행사는 제주문인협회와 제주작가회의가 제주문화원과 함께 공동 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합의 길을 만드는 기회가 되지 싶다. 필자는 한 마디로 보수와 진보의 어울림이라고 감히 표현하고 싶다. 문학인들을 떠나 우리 모두에게 자부심과 긍지로 거듭날 수 있는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다.

호젓하게 깊어가는 가을, 문학의 계절이다. 제주도 중심에 우뚝 솟은 한라산에도 주위에 나지막한 아랫마을에도 가을꽃 향기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꽃내음과 함께 가을의 낭만을 만끽하며 여유롭게 산책한다. 자연이 안겨다 준 의미를 한꺼번에 느끼고 있는 것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외로움을 체험하고, 거기서 글을 쓰고 시를 읊는다. 그래서 가을은 고독하면서도 상상을 하게 함으로써 마음의 풍요로움을 선사해 준다. 펜으로 쓰는 편지도 가을에 이루어진다.

멀리 타향에서 부모님이 걱정되고 보고파서 잠 못 이루는 가을달밤에 눈물로 쓴 편지를 다음 날 보내놓고는 그리움에 눈물 흘리던 일,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 쓴 편지를 보내 놓고는 언제 답장이 오나 싶어 며칠씩 우체국 집배원 아저씨를 기다리며 대문 쪽을 수도 없이 쳐다보던 일, 답이 없어 마음이 괴로워 울적해 있던 날 초인종 소리와 함께 “편지요” 하는 소리에 정신없이 나가 건네받은 편지를 콩닥콩닥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으며 미소를 짓던 일, 이처럼 편지에 대한 추억들도 되새겨 보면 가을이었다.

요즘, 우리는 소통의 부재 시대에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다. 세상이 아무리 기계화되고 발달됐다고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마음으로 주고 받는 정감어린 문학의 정서다. 진정한 소통은 기다림과 설렘이 수반되어야 한다. ‘문학의 숨비소리 제주’ 우리 모두에게 로망의 꿈을 꾸게 하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제주시에 감사하다.

김명진 기자  jini@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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