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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과 소비의 앞날을 독후감하다강형구.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커뮤니케이션정보대 부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 승인 2017.10.10

[제주일보] 이 곳 미국 앨라배마는 한여름 열기가 여전한데 제주에 계신 모친에게서 귀동냥한 제주 섬은 완연한 가을이다. 방학을 맞아 찾은 제주의 여름은 열대야로 잠 못 이루면서 땀범벅이고 숨찼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기억들도 금세 그리움으로 스며들어 날숨 먼발치에 이르겠지만….

가을 채비에 갈급령나니 책 한권을 들춰야 했다. 책의 얼개는 유통업의 앞날을 예측하고 조망하고 있었다. 자못 궁금했다. 고향인 제주시 노형이나 연동 번화가에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 옷가게, 안경점, 식당 등의 가게들은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며 생존할 수 있을까? 이마트는? 오일시장은? 결론부터 추리자면 살아남는다. 군불 먼저 지피고 이야기 무르익으면 그 때 이유는 들어보자.

머지않아 유통과 소매업은 판이하게 다른 지형을 예고하고 있다. 시발점은 디지털 기술의 혁명이다.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3D 프린팅 기술 등이 더욱 진화하면서 유통과 소비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의 빅스비(Bixby), 애플의 시리(Siri), 구글의 나우(Now), 아마존의 에코(Echo)보다 훨씬 진화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해 인간의 말벗이 되고 개인비서 역할을 한다. 찾는 제품이 있으면 가격별, 브랜드별, 기능별 정보를 몇 초 안에 검색해주고, “그래 바로 이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브랜드를 추천해줄 것이다. 주문과 결재는 물론이다. 가상현실에서는 방탄소년단이 부르는 노래를 생생하게 듣고, 멤버와 실제처럼 얘기를 나누며 어울려 춤도 출 수 있다.

한 해 전 포켓몬 고 열풍으로도 낯설지 않은 증강현실에서는 어디에 있든 위치한 그 자리에서 비추어진 신발을 실제처럼 신어보고, 옷을 입어보며 자신의 체형에 딱 맞는 사이즈, 디자인, 스타일의 제품을 고를 수 있게 된다. 포장박스를 뜯지 않고도 내용물을 제품 위로 비추어 시험테스트를 해보며 사용자 리뷰도 즉석에서 읽어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처음으로 자동차를 제작한 3D 프린팅 기술이 대중화되면 대량 생산된 제품 중에 맘에 드는 것을 선택해 구매하는 현재 소비과정은 제품 설계에서부터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색감을 반영하고, 맞춤형 제품을 생산, 구매하는 소비 형태로 전환된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은 향후 유통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제품 선택과 구매 과정 모두 천지개벽시킬 것은 빤한 아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소비자의 온라인 이동은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자료를 보면 세계 유통시장은 전년에 비해 전체 6% 성장에 머물렀지만 온라인 유통시장은 21%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반 세기동안 영화에 안주하며 유통의 디지털화에 늑장 대처한 월마트(Walmart)는 온라인 기반 유통기업인 아마존(Amazon)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이제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10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상거래 기업 알리바바(Alibaba)는 지난해 싱글즈데이(11월 11일)로 불리는 유별난 기념일 하루에만 200억 달러 어치 거래 실적을 올리며 웬만한 대기업의 한 해 매출액을 훌쩍 넘어섰다. 온라인 엑서더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과 변혁이 도래해도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람의 본성에 있다. 오감(五感)을 자극시키는 체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보고, 듣고, 먹고, 얼굴 부비고, 킁킁 거리며 사람들과 부대끼고 어울리며 얻는 체험은 어떤 디지털 기술도 대체할 수 없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면 그만큼 가치를 덧댄다. 신상품 출시에 댓 시간 줄 서서 기다리고, 올래국수 한 그릇 맛보려고 주차전쟁을 하는 모양새가 곧 브랜드 가치로 인식되는 것이다.

책의 결론은 이렇다. 온라인 상거래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은 사람의 본성을 감동적으로 자극시킬 수 있는 브랜드 체험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소문난 질문에 싱거운 해답이지만 로마에서 처음 시장이 생긴 이후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는 진리이자 변하지 않을 진리다. 소비자 체험을 뛰어넘는 가공할 마케팅 메시지는 없다는…. “무사 아니라게!” 어머니께서 후렴구처럼 말끝에 덧붙이던 제주 사투리로 화답한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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