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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기술 시대, 집단지성의 힘으로"노정진.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학장/논설위원
제주일보 | 승인 2017.10.09

[제주일보] 스탠포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 폴 김 교수. 그는 학창시절 교사들로부터 체벌을 당하기도 하고, 어느 학생의 집에서 과외를 하고 있는 교사의 행위를 보고나서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회의감을 가졌다.

그러면서, 그는 ‘이건 교육이 아니다’는 생각에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갔다. 대학 입학 후 첫 음악수업에서의 과제물이 클래식 명곡을 듣고 5쪽 분량의 감상문을 작성하는 것이었는데, 짧은 영어실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줄 문장으로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왜 이정도 밖에 못하느냐, 교수를 무시하는 거냐, 넌 기본이 안 되었어’ 하고 혼을 냈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교과 담당교수는 과제물을 제대로 수행 못한 이유를 물었고, 학생이 영어실력이 부족하여 5쪽 분량의 감상문을 작성할 수가 없었음을 알게 되고는 한국어로 과제를 수행할 기회를 다시 주었다. 그리고 제출된 과제물에 대해 학생과 마주 앉아 한영사전으로 번역해가면서 감상문의 의미를 전달받았다. 마침내 담당교수는 ‘음악수업은 컴퓨터공학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문제가 안 된다’고 하면서 학생의 과제물 평가 점수로 A+를 주었다.

이것이 바로 참 교육, 참 스승이다. 열린 마음으로 인간의 다중지능을 이해하고 공감적 수용 자세와 적극적 지지로 잠재적 재능을 발현시켜주는 교육이야말로 참다운 교육의 가치일 것이다.

현재 지구촌 곳곳을 다니며 혁신교육 실천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폴 김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 대학생 사이에 질문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대기업 A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라고 질문하는 반면, 미국의 대학생들은 ‘A회사 같은 커다란 기업을 또는 A회사보다 더 큰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질문한단다.

질문의 차원이 다르다. 이러한 질문의 차이는 교육 방식에서 오는 결과라고 본다. 어려서부터 학생들의 창의력, 도전정신,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길러주기 보다는 대학 입시 위주의 주입식․암기식 교육방법으로 똑같은 사람을 만들어내는 공장식 교육,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각자의 끼를 살려주지 못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영향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불과 몇 년 전 상상조차 못했던 초월적 시공간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모든 국가, 기업이 발전 및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 앞다투어 미래 모습을 제시하며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디어의 혁명, 기술의 혁명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은 교육을 통해 성장·발전한다. 국가의 역량은 궁극적으로 잘 수립된 교육계획에 의거해 키워진 역량 있는 인재에 달려있다. 그래서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지 않았는가.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인적 자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훌륭한 자산이다. 그러나 인적자원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자양분을 주고 키워내느냐에 따라 국가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다르다.

융합기술의 발전은 근본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을 짜임새있게 조직화하여 팀워크를 통한 융합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가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융합된 객체로서의 자율주행자동차는 센서(IoT), 통신(Mobile&Network),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산물이다. 이러한 성과물은 결국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에 의한 창조물인 것이다.

집단지성의 속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사회를 이끌어나갈 소중한 자본으로서의 소프트 파워인 사회적 자본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은 사람 간 또는 집단 간의 적극적인 참여, 협력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기제로서 네트워크, 참여, 신뢰, 윤리적 규범 등을 포괄하므로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므로 융합기술이 주도하는 시대에 집단지성의 힘을 키우는 교육이야말로 국가의 경제적 우위 확보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적 역량을 향상시키는 주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더 많은 임금과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직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사회적 관계와 협력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해줘야 한다. 이것이 참 교육 아니겠는가.

‘기술을 배워 사장이 되어라’, ‘혁신적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거나 리더가 되라’는 기업가 정신을 함양시켜주는 선진국의 교육방식이 아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을,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치는 우리나라의 교육과 사회적 인식으로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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