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해녀축제, 운영의 明(명)과 暗(암)
10년째 해녀축제, 운영의 明(명)과 暗(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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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문화의 달을 맞아 제주는 축제 한마당의 열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제주해녀축제를 위시해서 10월은 도내 곳곳에서 각종 문화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추석연휴 동안 벌어지는 마을단위 소규모 축제 이외에도 달빛 아래 메밀밭걷기축제(표선), 오라동 메밀꽃축제, 추석민속축제(제주민속촌), 제주 말 축제, 제주 마축제, 제주광어대축제 등이 그것이다. 이달 말쯤에는 제주음식박람회와 아일랜드 페스트 밤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축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이런 저런 축제도 6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니 가히 축제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법하다. 축제란 말 그대로 축하의 제전이며 기쁨과 즐거움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행사다. 따라서 축제가 많다는 것은 반가워해야 할 일이고, 그만큼 주민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지역통합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두말 할 것도 없이 축제의 주체는 주민이어야 하고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축제의 절대적인 성공 요건이 된다. 아무리 행사 내용이 알차고 화려하다 해도 주민들이 참여를 외면하면 그런 축제는 한마디로 속 빈 강정이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 도내에서 펼쳐지고 있는 축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나 호응은 어떠한가. 유감스럽게도 한데 어울리고 흥겨움을 나누는, 피부에 와닿는 진정한 축제 한마당이 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축제를 주최하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지, 그래서 도민과 관광객들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행사를 위한 행사로 흐르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러운 대목이 없지 않다.

지난 1일 폐막한 제10회 제주해녀축제도 마찬가지다. 이 축제는 10회째를 거듭하는 동안 많은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끈 보말까기, 소라잡기, 물질 체험 등 콘텐츠 내용도 상당히 알차졌다. 진행 요원들의 자세도 상당히 친절하고 매끄러웠다. 하지만 해녀들이 잡은 해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판매 부스의 운영이 부실한 점이 옥의 티였다. 도민과 관광객이 소라구이 5개를 6000원에 사기 위해 판매대 앞에 20~30m 가량의 긴 줄을 지어 기다리는데 중간에 차례를 무시하는 이들이 많아 항의가 잇따르는 등 무슨 ‘도떼기 시장판’ 처럼 운영됐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온 도민들이 ‘그들만의 축제’라고 비꼬는 것은 당연하다.

축제는 주최·주관 측이 주인이 아니라 주민이 주인이어야 한다. 주민들이 신명나게 그 판에 휩쓸리고 감동을 받는 그런 모멘텀이 없는 축제에는 도민의 예산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다. 축제를 주최·주관하고 후원하는 제주도와 행정시, 유관단체들이 모두 문화의 달을 맞아 한 번쯤 생각해보는 성찰의 기회로 삼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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