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은 판단력이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떠올리며
으뜸은 판단력이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떠올리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0.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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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제주국제대학교 특임교수 / 국제정치학 박사 / 논설위원

[제주일보] 미국이 독자적으로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최근에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괌 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북한 동해의 국제 공역을 비행하였다. 미국이 북한에게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단,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 시진핑 주석의 판단, 아베 수상의 판단,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 푸틴 대통령의 판단, 이 모든 정치지도자들의 냉정하고 올바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오판으로 악화되는 한반도의 위기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과 강대국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문제이기도 하다.

올바른 판단은 동북아의 정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판단이 결여될 때 개인의 인생사도 꼬이게 된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사람이 능력을 개발하면서 무엇을 중시하여야 하는가? 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뛰어난 판단력이라고 본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내가 그러하듯이 누구든지 이런 저런 일련의 일상사에서 모두 갈림길을 만나게 되며 결정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마다 자신의 능력껏 분석하고 판단하며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릇된 선택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하며 회한에 빠지게 한다.

인재를 선발하는 지혜에는 여러 가지 고사가 있다. ‘장자(莊子) 잡편(雜篇) 열어구(列御寇)’에 “번사지이관기능(煩使之以觀其能)·번거로운 일을 시켜 그 능력을 파악한다”라든가, ‘여씨춘추(呂氏春秋) 설원(說苑) 신술(臣術)’에서 전국시대 위(魏) 문후(文侯)와 전직 재상 이극(李克)의 대화에서 나오는 “귀시기소거(貴視其所擧)·고위직에 있을 때, 그가 누구를 천거하는가/부시기소여(富視其所與)·부유할 때, 그가 어떻게 베푸는가/ 빈시기소불취(貧視其所不取)·가난 할 때, 그가 무엇을 취하지 않는가/궁시기소불위(窮視其所不爲)·궁할 때, 그가 무엇을 하지 않는가/유차관지 가지의(由此觀之 可知矣)·이를 관찰하시면 알 수 있다” 등이 있다.

위와 같은 인재 선발의 지혜 중에 으뜸인 것은 ‘신당서(新唐書) 선거지(選擧志)’에 있는 ‘범택인지법유사(凡擇人之法有四)’일 것이다. 그 내용은 “일왈신언체모풍위(一曰身言體貌豊偉)·몸집이 크고 훌륭할 것/이왈언 언언사변정(二曰言言言辭辯正)·언변이 능하고 설득력 있을 것/삼왈서언해법주미(三曰書言楷法遒美)·문장력이 뛰어날 것/사왈판취기문리우장(四曰判取其文理優長)·문리가 정연하고 뛰어나서 올바른 판단력을 갖출 것”이다.

크게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택부터 작게는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까지 크고 작은 갈림길에서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 올바른 판단을 한다는 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다.

무리한 빚을 지는 사람, 도박이나 흡연, 술에 빠지는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올바른 판단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주변에서 불쾌한 일들이 일어나게 되면 자신의 판단력에 문제가 없는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판단력이 흐린 이들의 삶은 그야말로 비참하다.

지혜로운 부처의 가르침인 법구경에 있는 경구를 상기시키고 싶다.

“불매야장 피권도장(不寐夜長 疲倦道長)·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사람에게 갈 길은 멀어라/우생사장 막지정법(愚生死長 幕知政法)·올바른 길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인생은 너무 길어라.”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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