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만들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 만듭니다"
"미래 만들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 만듭니다"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7.09.28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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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홋카이도 삿포로서 제주의 미래를 찾다...자연.사람 공존하는 도시 조성해 삶의 질 높여

 

<그래픽=이현충 lhc@jejuilbo.net>

제주일보=김태형 기자] 지속가능한 제주 미래의 방향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 인구 및 관광객의 폭발적인 급증세에 비례해 모든 사회 분야에서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2017년 제주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를 맞은 갈림길이자 변곡점에 놓여있다. 그런 제주의 미래를 내다볼 때 우선 짚어봐야 할 게 바로 ‘도시 경쟁력’이다. 제주는 과연 도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도시인가.

이 같은 물음에 대한 해법의 화두를 던지기 위해 본지는 창간 72주년을 맞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도청소재지이자 도시계획도시 ‘삿포로(Sapporo)시’를 찾아 제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일본인들이 손꼽는 가장 매력적인 도시…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아시아 겨울관광 1번지….’

기자 생활 첫 해외 출장지였던 삿포로를 20여 년 만에 다시 찾는다는 설레임 속에 도착한 삿포로는 여전히 말 그대로 매력이 넘쳐났다. 고층건물을 사이로 반듯하게 정돈된 도시 곳곳마다 푸른 녹음들이 반겨주는 풍경들은 분명 제주와 달랐다. 20년 전 방문 당시에 비해 계절만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뀌었을 뿐 삿포로는 ‘번잡함’ 대신 ‘여유로움’을 갖고 있었고, 주민들이 웃는 표정 속에서는 나름대로 활력과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삿포로 매력의 원천은 주민과 관광객들 모두 살고 싶은 곳으로 손꼽을 정도로 ‘질 높은 도시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도심 속에 조성된 최고의 자연공원들은 ‘숨 쉬는 청정도시’ 환경을 만드는가 하면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미디어아트 부문)될 만큼 각양각색의 독특한 축제문화들은 ‘매력의 도시 경쟁력’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도시와 공존하는 공원을 만들다=삿포로의 경쟁력은 도심 속 녹지공간인 ‘공원’과 맞닿아 있다. 1869년 도시계획도시로 건설된 이후 시민들의 삶의 질과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공원이 장기간에 걸쳐 조성됐다. 대표적인 게 ‘모에레누마 공원’과 ‘오도리 공원’이다.

모에레누마 공원은 버려진 쓰레기폐기장을 무려 17년간에 걸쳐 예술과 문화,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자연 생태공원으로 변신시켰다는 설명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 원형을 간직하고 있었다. 깨끗한 호숫가를 중심으로 오리를 비롯한 동식물 속에서 시민·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는 평화로운 풍경을 보며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제주’의 비전을 떠올린 것도 잠시, 제주도의 녹지·공원 정책이 이대로 좋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틀에 걸쳐 낮과 밤을 찾아간 ‘오도리 공원’은 말 그대로 삿포로의 랜드마크로, 시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쉼터이자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공원 상징물인 TV탑(1957년 건설, 높이 147.2m)을 중심 삼아 동서 방향으로 폭 67m 규모의 길게 뻗은 ‘대통공원(大通公園)’에는 92종 5000그루의 나무와 꽃들, 크고 작은 분수대, 홋카이도 출신의 유명 조각가와 예술인들이 만든 작품 등이 조화를 이루며 삿포로만의 특색 있는 광장문화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삿포로를 아시아 겨울관광 1번지를 만든 눈축제를 비롯한 계절별 축제가 끊이지 않고 다채롭게 열리면서 ‘사람·자연이 공존하는 도시의 매력’을 무한 발산하고 있다.

삿포로 현지 관계자는 “도시계획도시인 삿포로의 공원정책은 장기간에 걸친 마스터플랜을 갖고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여기에 시민들도 자연을 존중하면서 공존하려는 인식과 생활이 몸에 배어 있다”고 설명했다.

▲깨끗한 도시 환경, 특색도 살리다=200만명에 이르는 삿포로 인구는 제주(66만명)보다 3배 많은 반면 면적은 1121㎢로 제주(1847㎢)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삿포로는 일부 번화가와 교통중심지를 제외하고는 크게 번잡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지리적인 분산 배치가 잘 돼 있으며 시민들 역시 대부분 지하철과 트램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제주와 같은 교통 체증이 덜해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사흘 간에 걸쳐 삿포로 구석구석을 도보로 다니면서 놀라운 점은 ‘너무 깨끗한 도시 환경’이다. 물론 다른 일본 주요 도시도 깨끗하지만 유독 삿포로에 최고의 점수를 주는 이유는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1963년 제정된 ‘삿포로 시민헌장’은 난개발로 인한 쓰레기와 하수처리 등으로 몸살을 앓는 제주의 현실을 부끄럽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민헌장은 ‘하늘도, 도로도, 식물도, 물도 깨끗한 도시를 만듭시다’, ‘미래를 만들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듭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아 시민 모두가 이를 실천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벌이면서 더불어 함께 만드는 사회 공동체까지 발전시켰다.

삿포로가 해외에서까지 인정받는 국제관광지로 거듭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언제나 웃는 친절 서비스는 기본이고 바가지 상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투명성 등은 제주관광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도시를 더욱 지속가능한 매력적인 곳으로 가꾸겠다는 삿포로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2013년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된 삿포로는 공원과 지하철역 등 대중적인 도심지 곳곳을 예술 전시공간인 미술관 등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대규모 국제예술제를 열면서 특색 있는 미디어 문화도시로의 변신에 나서고 있다.

그렇게 20년 만에 다시 찾은 삿포로는 자신만의 강점을 살린 특화된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주에 또 한 번 던지고 있었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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