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호 침몰.'광복 제주 30년' 기획 가장 기억 남아"
"남영호 침몰.'광복 제주 30년' 기획 가장 기억 남아"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09.28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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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와 나-부만근 前 제주대 총장을 만나다
지난 23일 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부만근 전 제주대 총장(왼쪽)과 청소년 명예기자들이 대담을 하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일보=부남철기자] 제주일보는 창간 72주년을 맞아 1968년부터 1976년까지 제주일보(당시 제주신문) 기자로 재직했던 부만근 전 제주대학교 총장과 현재 본지 청소년 명예기자들과의 대담을 마련했다. 부 전 총장과 청소년 명예기자들은 지난 23일 오후 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1시간 여에 걸쳐 대담을 갖고 기자 선·후배로서 언론과 기자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대화와 청소년 명예기자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이에 대한 조언이 이어지는 등 세대를 넘어선 소통의 자리를 가졌다.

▲오는 10월 1일은 제주일보 창간 72주년입니다. 전 제주일보 기자로서 제주일보 창간일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제주일보 창간 72주년을 맞으면서 예전에 근무했던 일선 기자출신으로서 상당히 감회가 깊습니다. 제주일보는 제 ‘친정’입니다. 제주일보는 조국 광복의 해인 1945년 발간됐습니다. 제주일보는 당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와 함께 전국에서 몇 개 안 되는 신문이었습니다. 특히 제주일보는 지방지 가운데는 가장 역사가 깊습니다. 이런 신문사에 근무했다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낍니다. 창간 72주년을 맞이하면서 옛날 신문사에서 근무했던 생각이 많이 납니다.

▲기자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무엇입니까.
-7년 6개월 동안 평기자로서 현장에서 취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애환을 겪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남영호 침몰 사건입니다. 여러분은 잘 모르시죠? 남영호 사건은 1970년 12월 15일 서귀포에서 부산으로 가던 여객선 남영호가 여수 앞바다에서 전복되면서 침몰한 사건인데 그 배에 탔던 사람 중 320명 정도가 사망했습니다. 당시 취재 결과 사고 원인은 정원 초과, 화물 과적, 무면허 선장과 기관사 등 총체적인 인재였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피해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세월호 피해 보상을 보면서 당시 가난했던 피해자들이 떠올랐습니다.
두 번째는 ‘광복 제주 30년’이라는 기획물을 연재한 것입니다. 1975년 광복 30주년을 맞이해 전국 언론에서 광복 후 한 세대를 조망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광복 30년을 기록하는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우리 신문도 1975년에 광복 이후 제주 사회의 발전상을 분야 별로 나눠서 정리하는 기획을 추진하게 됐고 그 책임을 제가 맡았습니다. 혼자서 옛날 신문을 뒤져서 그 해 2월부터 112회를 연재했습니다. 많은 고생을 했지만 연재 내내 독자와 도민들로의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이후 이를 보완해서 ‘광복 제주 30년’이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언론의 역할은 첫째 보도기능, 둘째 견제기능, 셋째 교정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사회 현상을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보도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에 대한 비판을 함으로써 견제·감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이어 잘못된 점을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정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특히 제주일보는 지방지이기 때문에 본연의 기능은 같지만 중앙지에 비해 좀 더 지방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지금은 지방자치시대입니다. 때문에 우선 지방행정기관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느냐를 보도하고 견제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중앙지가 보도하지 못하는 지방의 특수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문화적 가치를 향상시켜야 하며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높여줘야 합니다. 이것이 현재 제주일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사회통합론이라는 저서를 쓰시는 등 제주사회의 소통을 주장하시는데 이렇게 사회통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사회가 발전하면서 다양성을 유지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사회가 통합돼야 합니다. 적당한 갈등은 개인과 조직에게 도움을 주지만 극심한 갈등은 인간성 파괴와 개인들의 공동체로부터의 분리 등 사회를 파탄 상황으로 이끌어 갑니다. 사회통합은 아래로부터의 통합을 의미하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신뢰하면서 공정성을 가지고 서로 포용하는 것입니다. 제주도가 발전하고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통합은 정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추구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를 이루고 있는 주민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통합이 있어야 계층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은 계층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회적 안정, 협치 등을 통한 사회통합이 이뤄질 때 계층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현재만이 아니라 앞으로 사회통합은 최대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현재 청소년들 가운데는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갖지 못한 친구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손자·손녀들이 있어서 청소년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잘 알고 있습니다. 자기 장래 문제에 대한 고민은 행복한 고민입니다. 고민없이 자기 장래를 개척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문제만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수적인 문제가 끼어들면 복잡해집니다. 장기적인 비전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청소년들의 고민은 비전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다 보면 굉장히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지고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케네디는 “이 세상 모든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라고 했습니다. 선택은 특권이기도 합니다.

강희주(왼쪽), 이은혜 청소년 명예기자

▲마지막으로 청소년 명예기자와 제주일보에게 도움이 될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청소년 명예기자들이 지난 9월 13일자에 쓴 기사를 봤습니다. 정말 기사를 잘 썼습니다. 도움이 되는 말이라기보다는 기자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육하원칙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배우는데 특히 ‘왜’를 강조합니다. 그 이유는 기사를 쓸 때 불편부당하고 공정하게 정확히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그대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쉽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비판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취재하는 현상 또는 대상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비판능력입니다. 이는 책임감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또한 분석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하나의 사안이 발생했을 때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도 가져야 합니다. 사물은 양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비판능력, 분석능력, 사고능력, 원만한 인간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물체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청소년 명예기자든 현직 기자든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중립적, 즉 감정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공정성입니다.
참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부탁드린다면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세계인들과 교류하고 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외국어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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