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가장 적합한 정책, 고민·도전하는 행정 기대"
"제주에 가장 적합한 정책, 고민·도전하는 행정 기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2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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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① 지난 15일 대전에서 열린 제4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시·군분야 최종 본선에 오른 제주시 팀이 그림자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② 경관·환경분야에 출전한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1리 팀의 퍼포먼스 연습 모습. ③ 문화·복지분야에 출전한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팀 어르신들의 마임 연습 모습.

[제주일보] 가을 초입에 농촌마을은 가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계절 건너 겨울과 새로운 봄을 준비하고 있다.

감귤 과수원에는 극조생 감귤들이 조금씩 노란색을 띠면서 국민과일로서의 품위를 선보이려 하고 있고, 모든 밭에는 긴 겨울을 이겨내고 새 봄에 풍성한 제주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스프링클러들이 쉼 없이 돌아간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음력 8월이 되면 추석 전에 선조의 묘소를 벌초하느라 제주의 벌판 온 천지가 예초기 소리로 소란스럽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종문들이 모여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아닌가 싶다.

필자 또한 지난주 가족벌초, 모듬벌초를 했다. 역시 이구동성으로 도내 농촌마을들의 공간적인 변화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핵심화두가 됐다.

우리의 감각은 참으로 무딘 것 같다. 농촌마을에 외지 자본들이 투입되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타운하우스와 카페들을 걱정의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농촌 풍광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려니’라는 생각으로 무심하게 보게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을 제어할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우리네 농촌은 머지않아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고 함몰될 지도 모른다. 이 과정을 눈을 뜬 채로 쳐다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소름끼치는 우려를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농촌마을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환경에 그들만의 색깔을 입히고자 하는 노력들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지난 1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제4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가 대전에서 열렸다. 제주도에서도 시·군분야, 체험·소득분야, 경관·환경분야, 문화·복지분야, CAC분야(클린농업농촌운동) 등 5개 분야 최종 본선에 제주시(시·군분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1리(이장 허은석·경관·환경분야),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이장 강종우·문화·복지분야)가 출전해서 전국 각 광역단체에서 뽑혀 올라온 마을들과 경쟁을 펼쳤다. 조금은 아쉽지만 제주시와 하례1리가 장관상(동상)을, 상가리가 입선을 하는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제주도가 대통령상 2개 분야, 장관상 1개 분야를 수상할 만큼 싹쓸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성과를 올려 올해에 경쟁에 참여한 마을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인격과 전문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해마다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마을들과 제주도, 관심을 갖고 독려해 주는 양 행정시에 박수를 보낸다.

이전 칼럼에서 제주지역 예선을 치르고 나서 거론했던 것처럼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는 입상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을주민들이 마을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통해서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자긍심과 우리의 자산인 수눌음과 하나됨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더더욱 소중한 것이리라.

이합집산된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고 이를 계기로 마을의 신(新)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비단 거론된 콘테스트라는 것이 아닐지라도 제주도 자체로 이벤트를 만들어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주민주도형 마을 만들기의 역사가 이제 겨우 십수년에 불과하다. 짧은 경험에도 장족의 발전을 한 것처럼 보여진다. 물론 아직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로부터 유치한 사업에 대한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목적을 뒤로한 채 사업 유치에 급급한 마을들이 훨씬 더 많지만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굉장히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한 켜 한 켜 변화되는 모습들이 축적될 때 비로소 제주 마을들의 가치가 제대로 보여질 것이다.

지금 제주도에서는 마을사업과 관련해 5단계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 도민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예비단계를 거쳐 준비·추진·중앙정부 공모·사후관리 등 마을들의 사업 유치를 위한 준비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과거에 준비가 안 된 마을들이 사업대상지로 선정되고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면서 발생됐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굉장히 합리적인 시스템인 것은 분명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남는다. 제주형 커뮤니티 비즈니스(C/B) 사업이 그것이다. 자부담 10% 이상을 전제로 공모와 심사를 통해서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해 준다. 마을 공동체의 안정된 수익과 고용창출, 더 나아가 지역자원의 활용 등을 담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자 하는 정책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사업비의 규모가 적절치 아니한 것 같다. 조그만 편의점 하나를 개점하기 위해서도 억대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는데 비해 공동체비지니스 사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물론 기반 조성을 전제로 지원되는 것이고 마을 주민들의 역량을 모아서 경영을 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찬성을 하지만 아직은 우리네 마을들의 훈련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계륵처럼 보여지는 사업은 아닌지 제주도가 면멸히 사업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주도는 강원도의 사례를 눈여겨 봐야 한다. 초기 단계에 최소의 자금지원으로 마을들의 역량을 끌어 올린 후 중앙공모사업에 도전하기 전에 지원이 이뤄지는 ‘새농촌건설운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 마을들에게는 5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지원과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진다.

물론 효과가 기대치 만큼 거양되고 있지는 않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타당한 정책이라고 보여진다.

제주도도 한 번 만들어진 시스템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과감한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제주도의 마을들은 내륙지방의 농촌마을들보다 대체적으로 인구면에서 두 배에서 열 배 이상 크다. 가장 제주에 적합한 정책들이 어떠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고 도전하는 행정을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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