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융합적 도전정신으로 '제주 가치' 담아내야"
"창의융합적 도전정신으로 '제주 가치' 담아내야"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7.09.24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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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 72주년 '제주의 미래를 논하다' 특별 릴레이 인터뷰-대담] 1. 원희룡 제주도지사
지난 22일 지사 집무실에서 특별 대담을 나누고 있는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일보=김현종 기자]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본지 창간 72주년을 맞아 지난 22일 오후 도지사 집무실에서 ‘제주의 미래를 논하다’를 주제로 진행한 특별대담에서 ‘창의융합적인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원 지사는 “제주가치의 원천은 청정자연”이라며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업사이클링(Upcycling), 즉 새 활용이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초가집과 감귤창고를 갤러리나 카페로 탈바꿈시키고, 바람과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어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 지사는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모든 자원을 소중하게 여기고, 여기에 창조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가치를 담아내는 창의융합적인 도전정신이 현 시대에 요구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최근 예래휴양형주거단지가 파국의 벼랑 끝으로 몰린 것과 관련, “제주전체 이익이란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방향을 제시했고, 양돈장 축산분뇨 배출사태로 자연환경 오염에 대한 도민 불안감이 커지는 것에 대해선 “자연을 파괴한 대가로 얻은 성장은 의미가 없다. 더 큰 이익을 위한 제주공동체 정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홍성배 제주일보 편집국장이 지난 22일 지사 집무실에서 특별 대담을 나누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민선 6기 제주도정이 임기 반환점을 돌며 청정과 공존을 내건 제주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고, 향후 방향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주도는 많은 발전 기회와 함께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양에 치중된 성장, 가속화 되는 난개발, 인구와 관광객 급증에서 오는 인프라 부족과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해지고 있다. 성장과 개발에 무게를 둔 국제자유도시가 낳은 부작용이다.

결과적으로 제주다운 모습을 잃어가고, 땅과 환경을 내준 도민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박탈됐다는 불만이 비등해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자연은 자연대로 훼손됐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자유도시 비전에 청정과 공존이란 핵심가치를 연결고리로 해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내용을 많이 가미시켜 나가고 있다.

제주미래비전은 그동안 따로 돌아가던 개발과 보전을 유기적으로 통합시켰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각종 법정 계획이나 조례는 후속조치로 구체화되고, 곳곳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다.

특히 ‘도민의 복리 증진’과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담은 미래비전이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에 반영됐다. 법정의무로 추진되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비전은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1년생 풀도 있지만 5년이나 10년, 나아가 100년 이상 키울 나무도 심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관광과 일자리, 난개발과 관련한 문제를 과감하게 수술하는 단계다. 삶의 질 문제도 대중교통과 공공주택, 쓰레기, 상·하수도 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개선될 수 있다.

큰 틀에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를 만들고, 그 안에서 취업과 주택, 출산과 양육, 노후 안정 등 도민이 인생계획을 세워나가는 데 필요한 정책과 재정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

앞으로 탄소 없는 섬과 친환경 전기차 생태계와 같이 우리가 주도하는 흐름이 미래를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 프랑스와 영국, 중국도 제주처럼 휘발유·경유차 금지와 함께 친환경차 시대에 합류를 선언했다.

▲최근 몇 년 새 제주는 개발과 보존의 대립각 속에서 격동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본연의 가치와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이 제주를 좋아하고 제주에 오는 이유에 답이 있다. 청정 자연이야말로 제주가치의 원천이다. 그렇지만 개발과 보존은 어떻게 보면 우산장수와 양산장수처럼 딜레마다. 비가 와야 좋은지, 햇빛이 나야 좋은지 하는 문제가 있는데, 올바른 방향을 세우고 원칙과 기준을 지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제주도가 정한 투자원칙은 자연보호, 투자부문간 균형, 미래가치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지 않는 지혜가 발휘돼야 한다. 이미 진행돼 버린 개발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심사를 강화하고 도민 이익을 최우선함으로써 과거 같은 부작용이 재발되지 않게 관리할 거다.

무엇보다 자연이 지속가능한 미래가 되려면 업사이클링(upcycling) 즉, 새 활용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옛날 초가집과 감귤창고를 허물 게 아니라 갤러리·카페로 바꾸고 창조적 작업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바람과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어 자동차가 달리게 하는 것, 제주올레가 느림과 치유의 길로 거듭난 것 등이 모두 제주가치를 더하는 창조적인 새 활용이다.

비밀아지트 같이 여겨졌던 도지사 관사도 이제 도민의 자기주도학습센터로 확 바뀌지 않았나.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자원을 소중하게 여기고, 여기에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해 가치를 담아내는 창의융합적인 도전정신이 오늘날 요구되는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스마트도시와 스마트관광, 스마트팜, 미래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도입하고 성과를 냄으로써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는 제주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물이 찼을 때 배를 띄워야 한다.

▲대규모 외자유치 개발사업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가 사실상 파국의 벼랑 끝에 몰려있는가 하면 오라관광단지도 사업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해법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제주 전체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예래휴양단지의 사업 인허가 무효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이고, 일자리와 도민소득 증대를 위한 공익적 성격도 고려돼야 한다.

예래휴양단지 사업의 경우 토지주나 사업자인 버자야그룹, JDC, 제주도 모두 나름대로 선의의 입장을 갖고 시작한 것 아니냐. 힘들더라도 미래를 보고 접근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원토지주와 JDC, 제주도와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해 사업 정상화와 이익의 공유 극대화 등 가능한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사업 파행에 따른 2차, 3차의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고 주어진 환경 속에 최선의 선택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

개장을 앞둔 제주신화월드가 직원의 80%를 도민으로 우선 채용하고 지역기업과 주민에게 상생사업 의무를 이행하는 것도 본보기가 될 것이다.

오라관광단지도 도의회와 도민사회가 요구한 자본 검증에 대해 위원회를 구성해 투명하고 철저하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자의적으로 된다, 안 된다는 선입견은 없다.

법과 원칙, 미래비전에 비춰 투명성·사업성을 꼼꼼히 검증해 우려를 불식하는 게 최우선이다.

▲최근 제주사회에 불어 닥친 자산인플레 현상과 맞물려 소지역주의 양상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강정 해군기지 건설 이후와 제2공항 추진을 둘러싼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진전이 없는 이 같은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며, 도정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제주는 최근 몇 년을 제외하면 오랫동안 거북이 성장을 이어왔다. 도민들이 자산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보장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대신 급격한 성장에서 오는 고통은 해소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층과 저소득층, 어르신 중에 내 집 마련이 어려운 분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 분에게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주택 문제는 해결해드려야 하지 않나. 반면 투기세력은 강력히 억제해야 한다. 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보유하게 하고, 불법 쪼개기 매매는 강력 단속하고 있다.

제2공항과 강정 문제도 결국 도지사인 제가 가장 무거운 책임을 안고 풀어나가야 한다.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와 사면복권은 정부에 공식 건의돼 처리되는 과정에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정부에서 전향적으로 조치해줄 것이다. 그게 비정상의 정상화 아닌가.

제2공항은 주민 우려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구체적인 사실과 계획을 갖고 주민과 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공항주변 발전 기본구상 용역을 발주했다. 이주 대책과 보상, 동굴 및 오름 절취 문제, 군공항 등과 관련한 여러 의혹은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해소될 것이다.

▲최근 축산분뇨 무단배출 사태 등으로 자연환경자산에 대한 오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지속가능한 보호 방안은. 이를 위해 반드시 극복하거나 개선해야 할 점은.

-정말 참담한 일이다. 무단 배출한 양돈업자는 구속됐고, 시설허가도 취소 결정됐다. 전체 양돈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실시돼 향후 법과 원칙이 엄중하게 적용될 것이다.

난개발도 마찬가지다. 청정 자연이 훼손되면 제주의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그래서 곶자왈 보호지역 지정,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 환경자원총량제 실시, 지하수자원 공공자원화 등 역대 가장 강력한 환경보호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제주특별법을 통해 법적 근거도 마련할 것이다.

자연을 파괴한 대가로 얻은 성장은 의미가 없다. 제주 자연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 눈앞의 이익만 쫓다가 제주가치를 망가뜨리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더 큰 이익을 위한 제주공동체 정신이 절실한 때다.

▲도민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나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가령 유래 없는 비가 내려 산사태가 날 지경인데 폭풍우가 무서워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격이다. 급변하는 세계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우리 스스로 변화하고, 미래를 향해 도전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부담에 대해)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제주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당장 해야 할 일을 선거를 의식해 하지 않는 것은 나쁜 정치다. 많은 사람에게 피해와 희생을 준다. 결과에 대해 내년(선거)에 당당하게 평가받겠다.

제주인은 위기에 함께 대응하고 행동하면서 제주공동체를 지켜왔다. 혼자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서로 손잡고 노력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저 또한 큰 책임의 무게를 안고 더 나은 도민의 삶,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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