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당신의 연인이 된다면
인공지능이 당신의 연인이 된다면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7.09.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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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Her)
4차 산업혁명 맞물려 다시 주목

[제주일보=김동일 기자] 지금은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예전에는 상상만으로 가능했던 인공지능(AI)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의 첨단 신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진화의 끝은 아직도 가늠할 수 없다는점에서 4차 산업혁명은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는 영화가 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그녀(Her, 2014년 5월 개봉)’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그녀’는 일정한 패턴을 뛰어넘어 인격체와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와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인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상의 존재'와 사랑의 감정에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테오도르의 의상부터 시작해 배경 등 화사한 색채를 바탕으로 정돈돼 있는 미장센을 통해 관객들의 눈까지 즐겁게 만든다.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하는 테오도르는 그가 지닌 특유의 감성으로 글로 옮겨 마음을 전달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외롭기 그지 없다. 부인과 갈등으로 별거한 채 이혼 절차를 밟으면서 살고있기 때문이다.

테오도르는 텅 빈 마음의 공간을 없애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인공지능 운영체제 ‘OS1’을 구입한다. 여기서 나타난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는 비록 형체는 없지만 하나의 인격체로서 테오도르의 옆에서 힘이 돼 준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메일을 대신 읽어주는가 하면 업무를 대신 해주기도 한다. 공허한 테오도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등 짧은 시간 안에 그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로 된다. 그런 과정에서 둘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테오도르는 인공지능에 이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 큰 혼란을 겪는다. 여기에 그동안 사만다가 자신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뒤 늦게 알게 되면서 결국 둘 사의와 관계는 단절된다.

하지만 이미 생겨버린 사랑하는 감정을 정리하는 게 말처럼 쉬울까. 그동안 사만다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 왔던 테오도르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녀를 계속 사랑하고, 곁에 있겠다고 다짐한다.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됐는지는 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각종 기술이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정작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 쓸쓸함은 커지고 있는 역설적인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욕구 충족 과정에서 ‘사만다’가탄생한 셈이다. 인공지능이 쉴 새 없이 진화하고 있는 만큼 머지 않아 우리 역시 ‘사만다’보다 더욱 진화한 ‘그녀’를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김동일 기자  flas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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