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물가대란이 닥칠 수 있다
추석 물가대란이 닥칠 수 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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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추석이 다가오면서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같은 추석은 처음”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로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차례 용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을 찾는 주부들의 입에서는 한숨만 나오는 실정이다. 올 들어 거듭된 물가 인상으로 가뜩이나 팍팍해진 살림에 사상 유례없는 추석 물가고까지 겹쳐 결코 반갑지 않은 명절이 될까 걱정스럽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추석 물가는 가위 살인적인 수준이다. 올해 추석이 폭염과 열대야 등 기상이변을 되풀이한 여름 끝에 찾아온 탓으로 각종 용품들의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등의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삼겹살 1㎏은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370원에서 올해 2만9370원으로 무려 59.9% 뛰었다. 돼지고기 전지와 목살 가격도 각각 ㎏당 1만7100원, 2만9030원으로 전년 대비 50.9%, 42.8% 올랐다. 돼지고기만이 아니다. 주부들이 시장에서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특히 채소류는 지난해와 비교해 배추가 61.9%, 당근이 103.3% 오르는 등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어 주부들이 아우성이다.

이런 추세라면 추석 차례상마저 제대로 차리기 힘들게 됐다. 또 수입 농산물과 수산물로 추석 차례상을 몽땅 채워야 할 판이다. 조만간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채소류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가 그제 물가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추석 명절 대비 물가 안정 대책을 협의했다고 한다. 축산물 도축량을 확대하고 계란값 안정을 위해 육지부 계란을 순차적으로 반입키로 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어느 정도 오르기 마련이지만 지나친 상승은 서민 가계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물가 불안이 추석 때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은 수급현황과 가격 모니터링을 통해 기민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시장에만 맡기고 손을 놓고 있다가는 그야말로 추석 물가 대란을 맞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제는 근본적인 물가 관리 방안에 대해 지역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명절 때가 되면 늘 동원되는 땜질 임시 방편은 지양돼야겠다. 해법은 유통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산지와 소비자 가격의 터무니없는 차이 등 왜곡된 유통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최선이다.

이는 과거에도 계속 논의돼 왔으나 말로만 끝나고 해결되지 않은 어려운 현안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난제인 물가를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 지금 추석을 앞두고 뛰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경제 정책도 소용이 없다. 정부와 제주도는 물가를 잘 다스려 민생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임을 잊지말아야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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