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잣대' 배제해야
'이념 잣대' 배제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2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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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국가보훈처가 항일 독립유공자를 발굴하고 포상을 확대한다. 광복 72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가 앵무새처럼 이런 과제를 되풀이 말하고 있는 것이 참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일제 강점기에 분연히 일어나 맞서 싸운 독립 유공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항일 독립의 역사가 가려지고 묻힌 부분이 있다면 얼마나 낯뜨거운 일인가.

국가보훈처가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주 3대 항일운동의 하나인 제주해녀 항일운동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재조명할 것이라고 한다. 제주해녀항일운동은 1931~1932년 구좌, 우도, 성산 등 제주도 동부지역에서 해녀 1만7000명이 238회의 시위를 벌이며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에 항거한 국내 최대의 여성 항일 운동으로 꼽힌다.

우리는 이 해녀항쟁에 대해 국가보훈처가 심도있는 조사를 통해 애국 해녀들을 발굴해 선양해주기 바란다. 이와 함께 당시 이 해녀항쟁의 배후로 지목됐던 제주 야체이카 인사들과 혁우동맹 인사들에 대해서도 제주독립운동사에 정당한 사실(史實)이 기록됐으면 한다. 비록 그들이 사회주의 인사들이라고 외면해선 안 된다.

일제 하 독립운동은 몇 갈래로 나눠 진행됐다. 1917년 러시아에서 공산혁명이 성공하자 상당수 지식인들은 사회주의에서 해법을 찾으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항일운동사는 해방 이후 격렬한 좌우대립, 4·3과 남북한 별도 정부 수립,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역사의 그늘에 묻혀야 했다.

그런 시대적 상황에 대해 이해없이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외면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의미의 역사 왜곡이다. 독립운동의 실체를 재조명하는 일은 이념과 사상을 떠나야 하고, 좌익이건 우익이건 항일(抗日)의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역사 기술은 후손을 위한 우리의 책무다. 학술 차원에서는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사 연구가 상당히 진척돼 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는 사회주의 독립운동 재조명론이 공개리에 나올만치 정치, 경제적 역량도 커졌다. 문제는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개인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이 상당수가 1948년 5·10선거를 통해 세워진 대한민국을 부정했다는 점이다. 이런 그들을 일제 때의 활동만을 떼어내 평가하기는 사실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평가와 기술(記述)은 다른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출범을 부정했던 인사들에게 독립 유공훈장을 주고 기리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자는 얘기다. 그리고 항일운동가로서 빨갱이로 매도 당한 사람들이 없는지 그런 사람이 있다면 신원(伸寃)하자는 주장이다. 후손들에게 항일의 떳떳한 역사를 물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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