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밝은 밤에 그대는 무슨 생각하나요?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무슨 생각하나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20 19: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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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시인 / 제주대학교 제주씨그랜트센터 연구원

[제주일보] 한가위의 달 만큼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것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정감이 가득하고 풍요로움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이 풍요로우며 따뜻할 것이다. 이 가을에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 남이 나를 보듬어 주길 바라기 보다는 남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남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슬한 가을바람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풍부한 사춘기 소녀시절의 감성을 살리고 싶다.

우연히 찾아오는 감성적인 사랑이라도 좋다.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달 밝은 밤에, 사랑하는 그 사람이 달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재운 작가는 1995년 조선일보에 ‘청사홍사’란 칼럼을 연재하면서 조선시대 황진이(黃眞伊)와 소세양(蘇世讓)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하여 고심하고 있었다. 마침 당시에 유행하던 가수 이선희의 ‘알고싶어요’가 절묘하게 남녀 간의 연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양인자 작사가의 양해를 구한 후에 칠언율시로 바꾸어서 소개하였다.

소요월야사하사(蕭蓼月夜思何事·소슬한 달밤이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침소전전몽사양(寢宵轉轉夢似樣·뒤척이는 잠자리는 꿈인듯 생시인 듯 하니)/ 문군유시녹망언(問君有時錄忘言·님이여 제가 드리는 말도 적어 보나요)/차세연분과신량(此世緣分果信良·이승에서 맺은 연분 믿어도 좋은지요)/ 유유억군의미진(悠悠憶君疑未盡·멀리 계신 님 생각 끝없어도 모자란 듯)/ 일일염아기허량(日日念我畿許量·하루 하루 이 내 몸을 그리워 하나요)/ 망중요고번혹희(忙中要顧煩或喜·바쁜 중에도 자꾸 생각나는 것은 괴로움일까 즐거움일까)/ 훤훤여작정여상(喧喧如雀情如常·참새처럼 지저귀어도 여전히 정겹게 들리나요).

소세양은 1509년 중종 4년 과거에 급제한 문관(文官)으로 벼슬이 대제학까지 이른 뛰어난 인물이다. 황진이가 여성이면서도 호쾌한 남성적 문장이었다면 소세양은 여성처럼 문장이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사랑은 그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 끝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에리히 젤리히만 프롬(Erich Seligmann Fromm)은 ‘우연히 찾아오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며 진정한 사랑은 노력하고 기술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줄 수 없는 사람은 사랑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진정한 사랑은 관심과 책임, 지식과 존중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의 인생과 이루려고 하는 꿈과 그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필요한 것에 대하여 도움을 주려고 반응하는 것이 책임이다. 그러기 위하여 전인적인 이해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진행된다. 이것이 상대방에 대한 지식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존중하게 될 때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책임, 그리고 지식과 존중을 주는 것이다.

제주에서도 1인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홀로 있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Art of Loving)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사랑은 한 사람만 사랑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다. 어떤 사람이 다른 한 사람만 사랑하고 나머지에게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단지 이기주의가 확대된 것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주면서 나의 힘, 나의 부, 나의 능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힘·부·능력이 넘쳐나서 주는 것이 아니라 주기 시작할 때 이런 것들이 나에게 있다는 자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기를 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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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rmagml vos 2017-09-20 22:33:49
감동!
감동!!
대 감동!!!
아름다운 명문입니다.
정말 큰 감동을 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