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넘어 화해와 은총으로…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길
고난을 넘어 화해와 은총으로…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길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7.09.20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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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마지막 순례길 ‘이시돌 길’은 23일 개장
김대건 길 -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기념관

[제주일보=고선호 기자] 

천주교 순례길

제주에는 다양한 종교 사적지가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천주교 사적지를 순례길 형태로 만든 것이 ‘천주교 순례길’이다.

순례(巡禮)는 종교와 관련된 성스러운 지역을 방문해 예배를 드리는 행위를 뜻한다.

‘천주교 순례길’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 순례길 추진위원회의 공동 추진 사업으로 조성된 것으로, 2011년 천주교 순례길 관광 상품화 용역 결과에 따라 명상으로 정신적·육체적 치유를 할 수 있는 총 6개의 코스가 확정됐다.

이에 개발에 착수해 2012년 김대건 길(빛의 길) 개통을 시작으로, 오는 23일 개통되는 이시돌 길(은총의 길)까지 총 6개의 코스가 조성됐다.

이시돌 길 개장식은 오는 23일 오전 10시30분부터 삼위일체대성당에서 개최되며,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교구장이 직접 미사를 집전한다.

 

#김대건 길(빛의 길) - 총거리 12.6km

김대건 길은 한국 천주교의 산증인인 성 김대건 신부와 관련된 성지와 유적지를 만나볼 수 있는 코스다.

김대건 신부는 지난 1845년 8월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후 일행 13명과 함께 서해 바다를 통해 ‘라파엘호’로 귀국하던 중 풍랑을 만나 제주 용수리 해변에 표착했고, 그곳에서 고국에 돌아온 후 첫 미사를 올렸다.

이 코스는 그의 제주표착 기념 성당과 기념관,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복원된 라파엘호를 전시하고 그가 간직한 ‘기적의 성모상본’에 있던 성모상이 야외에 자리해 있다.

이 밖에도 세계지질탐방공원인 수월봉과 당산봉 등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하논성당 길 - 서귀포성당

#하논성당 길(환희의 길) - 총거리 10.6km

서귀포 지역에 천주교 신앙이 전파된 것은 육지에서 세례를 받은 양용항(베드로)가 1894년 5월 고향 서귀포 색달동 인근에 신앙을 전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코스는 이 같은 서귀포 천주교신앙의 모태인 하논성당터와 홍로성당이 자리해 있던 면형의 집을 거쳐 서귀포성당으로 돌아오는 시작과 끝이 연결된 성찰의 길이다.

서귀포성당은 라이언 신부가 서귀동 586번지 부지를 매입해 목조함석집과 초가집을 성당과 사제관으로 개조해 조성됐으며, 1937년 8월 15일에 본당을 이전해 현재의 ‘서귀포본당’의 모습을 갖췄다.

하논성당 길은 이중섭거리, 후박나무가로수길 등을 거치는 코스로 종교와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정난주 길(고통의 길) - 총거리 13.8km

이 길은 신유박해 당시 제주 대정현으로 유배돼 ‘서울할망’으로 불리며 홀로 외롭게 살다 향년 66세로 생을 마감한 천주교 신앙의 증인 ‘정난주마리아’의 사연이 담겨있는 코스다.

정난주 길은 마리아 유배터와 추사 김정희 귀양지, 제주4·3추모위령탑, 알뜨르 비행장, 1901년 신축교안 때 순교한 이규석 삼부자의 묘 등의 사적들이 밀집돼 있어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다.

정난주는 1801년 음력 11월 21일 두 살난 아들을 품에 안고 제주 귀향길에 올랐으며, 추자도에서 어린 아들과 생이별을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추자도에 격리된 아들은 어부 오씨에 의해 하추자도 예초리에서 키워졌으며, 그 후손은 현재 추자도에서 살고 있다.

 

#김기량 길(영광의 길) - 총거리 9.3km

김기량 길은 제주 최초의 천주교 신자이자 1866년 병인박해로 목숨을 잃은 함덕 출신의 순교자 김기량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길이다.

이 코스는 조천성당에서 시작돼 환해장성, 함덕 포구 등을 거쳐 김기량 생가터,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순교현양비 등이 포함된 코스로 그의 생애와 제주 천주교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고향에서 복음을 전파하던 김기량은 1866년 10월 장사를 하러 통영으로 갔다가 통영게섬(현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에서 체포돼 1867년 1월 통제영옥(현 통영시 충무동)에서 교수형으로 순교했으며, 그가 다시 살아날까 두려워하던 포졸들에 의해 시신에 대못이 박히는 등 모진 수모를 겪었다.

이후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종이 참석한 시복식을 거쳐서 영광의 복자품(성인으로 인정하기 전 공식으로 공경할 수 있다고 교회가 인정하는 지위)에 오르게 됐다.

 

신축화해 길 - 황사평 순교자 묘역

#신축화해 길(화해의 길) - 총거리 12.6km

1901년 신축교안 당시 희생된 천주교 신자들이 안장된 황사평성지에서 별도천, 관덕정 등 당시 제주 천주교 신자들이 겪었던 고난의 궤적을 거슬러 올라가는 순례길이다.

신축교안은 선교사들의 교리 전파에 대한 도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하며 지방의 토착관료와 토호들, 제주에 진출해 어업 이권을 쥐고 있던 일본인 밀어업자들이 결탁해 일으킨 사건으로, 관덕정에서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피살됐다.

그후 프랑스공사가 조정에 편지를 보내 조속한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며, 천주교회가 조정으로부터 황사평 일대를 보상받아 당시 희생됐던 무연고 28구의 유구들을 수습해 안장했다.

이 코스는 바다와 어우러진 별도봉 산책길과 배비장전의 무대인 화북포구 등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역사유적지와 문화관광이 융합된 코스다.

 

#이시돌 길(은총의 길) - 총거리 18.2km

이시돌 길은 앞서 조성된 5가지 순례길에 이은 마지막 순례길로, 23일 그 모습을 공개한다.

1954년 제주에 들어와 천주의 사랑을 실천했던 맥그린치 신부의 사랑과 감동적인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복음 테마공원인 새미은총의 동산, 삼위일체대성당 등을 지나 종착지로 김대건 길의 시작인 고산 성당에 이르는 코스다.

한림읍과 한경면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이 코스는 총 18.2km에 이르는 순례길로 제주 중산간의 호젓함과 아름다움 속에서 자신을 조용히 뒤돌아보게 한다.

이시돌은 중세 에스파냐의 농부로 하느님의 영토인 땅을 가꾸고 농사를 짓는 일에 열성을 다하였다 하여 후에 로마가톨릭교회에서 정한 농민의 주보 성인(聖人)으로 추대됐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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