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와 우도
갈라파고스와 우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9.1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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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제주일보]  ‘인문의 바다’ 강의실에 갔다. 강사는 ‘갈라파고스’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세계인이 버킷리스트상에 가보고 싶은 곳 1위라고 서두에 쓰여 있다. 분화가 지금도 일어나는 섬이다. 악조건의 섬인데 여행비는 체류 기간 대비 최고가일 듯하다. 전기시설은 풍력발전기 넉 대를 한국에서 지어 주었다 한다. 과연 어느 쪽에 있는 나라인데 무엇 때문에 그토록 갈망하고 있는 나라일까.

에콰도르가 본토인 태평양 동부 쪽의 섬인데 해적의 도피 섬이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동물들이 사는 섬이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 연구소 설립으로 섬의 97%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개발이 되지 않는 곳이다. 인구도 1970년대에 3000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3만명에 이르렀다. 어떤 점이 적도의 파라다이스로 바꾸어졌을까.

백년이나 살고 있는 땅거북과 군함조·바다펭귄·바다오리·펠리컨 등이 살고 있다. 지구상의 조류 중 약 500여 종은 바다와 관련을 맺고 살아가는데 이들은 먹이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얻는다. 진화연구소가 있어서 다른 행위를 할 수 없게 하여 보전을 해야만 하는 환경이다.

먼저 주민들은 극심한 환경변화에 적응했다. 본토에 비해 물가는 엄청 비싸다. 입장료를 인상해야 할 당면 과제였다. 물·식량·에너지 자급자족 등 지속가능한 일이 발전 과제였다. 정책 관리자는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주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책임있는 자연 보전 관리를 현안으로 삼았다.

지역 주민에게는 느슨하고 관광객에게는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정책이었다. 그 정책은 고급 관광을 하기 위해 입장료 수입의 연간 1000만달러 중 47%를 공원 관리에 투자하였다. 그러다보니 선상관광 대비 육상관광이 증가하였다. 강의를 듣는 내내 우도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내 고향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문학봉사를 하면서 자주 우도를 드나들게 되었다. 2~3년 전부터 갑작스레 불어난 관광객으로 렌트카의 난립은 성산항 입구에 장사진을 이루었다.

더구나 우도 안에서는 차 반 사람 반인 좁은 섬이 되고 나니 주민들도 폭발 직전까지 이른 셈이다. 허다한 교통사고에, 뒤집어지는 이륜차에 대책 없는 지옥 같은 아수라장은 다시 오고 싶은 우도가 아니었다.

지난달부터 렌트카가 진입 금지되며 우도 자체에서 전기차로 운영하는 현실에 감탄했다. 예외 조항을 두어 경로 우대자와 임산부 및 6세 미만 취약층은 차량 진입이 허가되었다.

마을이 숨을 쉬고 있다. 자연이 더 깨끗해 보인다. 탄소 없는 마을로 발돋움하는 현실이 눈앞에서 보인다. 약간의 입장료 인상분은 있다. 모든 일은 우도 주민이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자본출자를 하고 환경을 살리는 전기차 운행을 실시하는 모습에 미래가 보인다.

조그마한 우도에 카페 문화와 늘어난 펜션 주인들은 원주민 전부가 아니다. 상행위를 위한 이주민과 무지막지하게 건축 허가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눈을 찌푸리게 한다. 보전할 것은 온전하게 놓아두는 양심과 행정도 필요하다.

갈라파고스의 성공 사례를 교훈삼아서 우도에는 다시 찾고 싶은 섬, 머물고 싶은 섬으로 태어났으면 한다.

눈을 감아본다. 스르륵 파도가 밀려왔다가 모래 한 줄을 데리고 내려간다. 밀려올 때 따라온 모래보다 더 내려간다. 예전에 쌓여있던 모래성이 그리워진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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